▶ 샌프란시스코, 홈런타자 기록 도전으로 활력
요즘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주민들은 야구가 스포츠 그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샌스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타자 배리 본즈가 마크 맥과이어의 한 시즌 홈런 최다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유일한 이유는 물론 아니다. 인근 오클랜드 출신인 도루왕 리키 핸더슨(샌디에고 파드레스)이 메이저리그 득점기록인 타이 콥의 2,245점에 바짝 육박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지난 주말 야간경기에서 스테디엄을 가득 메운 자이언츠의 홈관중들은 경기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소년합창단이 미국 국가를 부르자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흐느꼈다. 7이닝에 접어들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노래가 장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일제히 성조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뉴욕 테러현장 복구를 지원하고 막 돌아온 소방대원들에게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야구는 다시 한번 미국의 자부심이었고 관중들은 그 속에서 미국의 정신을 되찾았다.
물론 본즈가 미국적 자부심과 야구정신에 기여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훗날 내가 아들딸을 낳으면 그들에게 오늘밤의 이 분위기와 본즈의 홈런기록도전을 들려주겠다" 관중 가운데 한 사람인 22세의 크리스티 보니야는 말했다. 본즈는 지난 28일과 30일 각각 68호와 69호 홈런포를 터뜨려 맥과이어의 70개 고지에 한 개 차로 접근했다.
근래 들어 일부 스포츠 비평가들은 본즈의 홈런 신기록 도전이 지난 9월11일의 뉴욕 및 워싱턴 테러참사 이후 그 열기를 잃었다고 말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슬러거 맥과이어와 시카고 컵스의 강타자 새미 소사의 숨막히는 홈런경쟁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 불과 3년 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일부 스포츠 전문가들은 흥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본즈의 내향적인 성격과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가 기록도전의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샌프란시스코 지역 야구팬들의 열기는 더없이 뜨겁다.
이들에게 야구와 본즈는 열광할 수 있는 확실한 대상으로 그 중요한 이유는 다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샌호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는 하이텍 산업의 심장부다. 90년대 후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과시하던 이른바 닷컴 산업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초호황을 구가하면서 수많은 백만장자를 배출했던 닷컴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경기는 냉각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9월11일 역사상 최악의 테러참사가 발생했다.
테러는 동부에서 일어났지만 그 충격파는 3,000마일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도 강타했다. 금문교와 아름다운 항구 등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이곳이 테러의 여파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약동적이고 행복하게 붐비던 시내 거리들은 우울한 적막에 휩싸이고 말았다.
이같은 회색의 슬럼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건져 올린 것이 본즈와 메이저리그 야구다.
자이언츠의 홈구장 팩벨팍에는 본즈의 배번 25번이 새겨진 티셔츠와 야구재킷을 입은 관중들이 물결을 이룬다. 한 야구팬은 본즈의 기록을 나열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본즈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홈런타자 레지 잭슨의 생애 통산기록보다 한 개가 많은 564개를 현재 보유하고 있고 69개의 홈런을 최단시간 내에 때려냈다. 그리고 누가 아는가. 만약 테러로 야구경기가 한 주 동안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70개의 시즌 홈런기록을 이미 경신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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