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다.’
테러분자들의 증오 서린 눈길이 머무는 미국의 문화와 재력의 상징 뉴욕에서 후속테러와 화생방 공포에 떨며 생활하는 시민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울질하는 고민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테러사건 이후 "허깨비처럼 부푼 공포에 떨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뉴욕시민들에게 정상 생활에 복귀할 것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의 주민들은 직장을 버린 채 타지로 떠나거나 자녀들만이라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교외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뉴욕주 브롱스빌에서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리디아 마리아 페트로시노는 "지난 10일 동안 받은 전화가 생전에 받은 것보다 더 많았다"고 ‘탈 뉴욕’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뉴욕에서 자란 것을 자랑스러워해 온 많은 시민들은 생전 처음으로 타지에서의 삶을 상상하면서도 실천을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떠날까 말까’의 양 갈래 고민은 격렬한 토론을 불러 일으켜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루는 떠나려는 남편을 아내가 만류하고, 다음날은 아내 쪽에서 뜨자고 성화를 하는 역전상황이 다반사로 연출된다.
다운타운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데이브 셀러스는 함께 일하던 세 친구가 모두 타주에 거주하는 부모들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토박이인 셀러스에게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셀러스는 "다른 테러가 일어나면 남아있는 우리가 멍청해 보이겠지만 그 때까지는 ‘참호’에 남아있겠다"고 골수 뉴욕커의 심경을 나타냈다.
7년전 이주와 동시에 뉴욕에 매혹된 나탸사 스타인하겐(38)도 목하 고민중이다. 고향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부모가 "당장 돌아 오라"고 야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파트가 타임스퀘어에 너무 가까운 것도 불안스럽다.
분장아티스트로 일하는 스타인하겐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폐막할 때까지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그는 "휴스턴이 정말 뉴욕보다 안전한지, 도대체 미국 내에 안전한 곳이 있는지" 자문자답하고 있다. 과연 미국에 안전지대는 존재하는가, 이 물음이야말로 스타인하겐뿐 아니라 전국의 미국인들이 씨름중인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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