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고
▶ 크리스 포오먼<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매주 금요일 아침 6시30분에 15명의 남자들이 모이는 조찬기도 모임이 있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은퇴한 사람들이다. 멤버들의 나이가 50세에서 85세까지로 내가 제일 어리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다. 지혜롭게 노년기를 살고 있는 그들의 은퇴생활을 가까이 보면서 나의 노후생활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남자로서 남자들과 세 가지의 관계를 형성하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과 관계를 맺어 그에게 조언하고 충고하여 주는 조언자가 되어 주라. 나이가 비슷한 동료와 관계를 맺어 인생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라. 끝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조언이 필요할 때 조언을 구하라" 하는 맥락의 글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금요 조찬모임이 인생의 선배들과 만나는 모임이다.
금요 모임에서 우리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대개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누가 몸이 편찮다는 이야기, 이혼한 자녀들의 이야기, 손자들을 방문한 이야기,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와 같은 노인들의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어떨 때는 일생동안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정규 멤버 중에 네 명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과거가 있다는 것을 대화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로이드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가 선교사로서 한국에서 살 때 그는 대구 근처에서 1925년에 태어났다. 로이드는 열 살 때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그의 부모가 일본 사람들로부터 한국에서 추방당할 때까지 그는 한국에서 살았다. 지금 그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기억 못하고,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이 희미하다고 한다. 가끔 나는 로이드에게 한국말로 "한국사람" 하고 부른다. 로이드를 놀리기 위해서이다. 그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몇 장의 사진들과 한인 성도들이 그의 부모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보석상자 하나가 한국과의 연결을 말해 주는 유일한 물건이라 한다. 열살 때 한국을 떠난 후 그는 다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칼은 미군 해군으로서 1951년에 태평양에 배치되어 한국전쟁 중 잠깐 한국에 들른 적이 있다 한다. 잠시 부산항구에 도착하여 보았던 전쟁고아들과 기아 속에 길거리를 방황하는 피난민들의 형편이 참으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였다고 한다. 칼은 한국전쟁 중 미군들과 물자를 실어 나르면서 직접 한국전쟁을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충분히 보았다 한다. 칼 역시 한국에 다시 돌아가 볼 기회가 없었다 한다.
할은 UCLA에서 졸업하자마자 벡털 회사에 엔지니어로 채용되어 1953년에 한국에 갔다. 벡텔 회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에 10군데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받았다 한다. "전쟁 후 남한에서 도로나 공장을 짓기 전에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전력이었다"라고 그는 말하였다. "전쟁 후 남한은 잿더미에 쌓인 황폐한 나라였다"라고 기억하며, "한국 석탄이 어떻게나 단단한지 석탄을 파는 철강으로 만든 기계들이 망가지기 일쑤였다"면서 한국 석탄에 대하여 불평하였다. "한국 석탄도 한국 사람들처럼 강한가 보다"라고 나는 할에게 말했다. 할은 1988년 한국을 다시 방문하였다. 그가 지었던 10개의 발전소 중 8개가 문을 닫았더라고 말하였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이 놀랍다고 한다.
로이드, 칼, 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나가고, 중동으로 엔지니어를 보내어 공장을 짓고 도로를 닦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나라로 한국 대학생들이 봉사를 나가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가난한 나라를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평범한 한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이 은혜를 베풀 줄 안다"는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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