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줄리어스 시저가 원로원에서 암살 당했을 때 남겼다는 “브루터스 너마저”라는 말은 평소 가장 믿고 관용을 베풀었던 사람에게서 어느 날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 놀라움과 배신감을 나타낼 때 인용되는 문장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한때는 민족지로 알려졌었고 민주화운동에도 공적이 있었던 한국의 유수한 언론사 사주들이 오늘은 하나같이 엄청난 비리의 범법자로 지목되자 국내외 동포들은 “동아, 조선 너마저”하는 장탄식을 금할 수 없다.
왜 굳이 지난 5년 동안만 조사했는지 알지 못하겠으나 앞서 국세청의 발표를 보면 한국에서 자산이 100억 이상인 대법인의 경우 원clr적으로 5년에 한번씩 세무조사를 받도록 돼있고 대부분의 언론사가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번에 세무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5년 동안의 것만으로 6개 신문사의 소득 탈루액이 6,335억이고 소위 빅3 신문사는 800억이 넘는 거액을 추징 당했으니 만약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50년 동안을 모조리 조사했다면 얼마나 천문학적인 비리가 적발되었을지 참으로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그러고서도 그동안 가장 도덕군자인양 사회를 비판하고 재벌을 나무라며 정치인들을 꾸짖고 있었으니 참으로 뻔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조사를 당하기 전이라면 몰라도 오랜 기간동안 정밀조사 끝에 움직일 수 없는 자료와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언론사를 부도덕으로 몰지 말라”느니 “언론사는 중소기업인데 재벌 급의 조사를 받았다”느니 하며 사안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항변하는가 하면 연일 야당의 입을 빌려 언론탄압이라고 억지를 써도 여론이 돌아서지 않자 마침내는 “비록 소수라도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언론이 있으면 공동연대를 해나가자”고 어처구니없는 사설을 싣는 신문도 생겨난다.
아니 도대체 1년 동안 평균 350억 이상씩을 빼돌린 회사가 부도덕집단이 아니라면 얼마를 빼먹어야 부도덕한 집단이란 말인가. 사주가 고발된 동아, 조선, 국민일보가 소득을 탈루하고 세금을 포탈한 유형을 들여다보면 이건 가히 시중의 야바위꾼 작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적어도 한국에서 숙박업은 비리와 부정의 온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신문사가 그런 숙박업을 겸하고 있었던 것부터가 떳떳한 일이 아니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사원의 복리후생비라고 적어놓고 사주의 비자금을 챙겼다든지 광고활동비라며 돈을 빼돌려 사주가 이자놀이를 했다든지 비영리단체인 교회를 배경으로 영리목적의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세상 속의 부정을 저지른 일을 무슨 말로 변명할 수 있다는 것인가.
더욱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은 그것이 관행이었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관행이었으니 나쁜 일이지만 눈감아 달라는 것은 조직폭력배 사회에서나 있음직한 논리다. 그런 사주의 논리에 설득 당해서인지 아니면 자발적인지 알 수 없지만 사원들은 부정한 사주의 구출작전에 나서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한달 여전 미국 아이다호의 어느 산골에서 경찰에 연행된 어머니를 되돌려달라며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총기를 들고 대치했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국일보를 비롯한 몇 개 언론사가 사설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은 매우 돋보이는 일이었다.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그것이 돋보였다면 그 자체가 한국언론의 병든 모습을 여실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권력이 언론과의 유착을 꾀하자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훌륭하게 해냈던 전두환 정권시절 정권이 언론에게 어떤 당근을 제공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권력이 언론과 등질 일을 각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것은 정권재창출은커녕 정권유지에도 치명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을 지금 국민의 정부는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김영삼 대통령이 군부라는 성역을 건드리며 하나회를 척결했듯이 비리의 언론사주와 양심 있는 언론인들을 구분하며 언론개혁의 큰길로 들어선 것은 분명 역사적인 업적이 될 것이다. 참으로 언론이 바뀌지 않고는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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