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6월 하순, 내가 양호교사로 일하는 초등학교의 6학년 졸업식을 구경하던 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졸업장을 받으러 강단에 올라간 아이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게 걸어가서 선생님이 쥐고 있는 졸업장을 한 손으로 휙 낚아채듯이 빼앗아(?) 내려가고 있었는데 한국여자 학생 하나가 선생님 앞에 공손히 걸음을 멈추고 두 손으로 졸업장을 받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드린 후 사뿐히 걸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너무 감격해 옆에 서서 구경하던 유대인 교사의 손을 끌고 나가 약 반시간 가량 눈을 반짝이며 동방의 예의지국 한국의 예의범절과 경로사상 등을 신나게 자랑했고 이 교사는 내 말을 무척 흥미롭게 경청해 주었다. 우리는 그 날 두 손을 모으고 허리 굽혀 예를 다하여 절하는 것을 연습했고 그 후로 나랑 이 교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허리운동도 잘되는 이 한국식 인사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나는 마치 오랫동안 어려운 숙제를 풀지 못한 아이 마냥 전전긍긍하며 머리를 앓고 있다. 선진국이라는 이 미국에 왜 학교마다 꼭 있어야 할 교훈이 없고 예의 예도를 가르치는 도덕시간이 없을까.
매스컴을 통해서 보고 또 보게 되는 끔찍한 교내 총기사건들의 회고 방영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 나라 미래의 기둥이 될 어린 세대들에게 청교도 개척정신으로 이룩하여 후손들에게 크신 하느님의 축복을 물려준 미국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희생, 봉사, 하느님 사랑, 경천사상을 가르치고 부지런히 학습 실천시키는 일이 아닐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200여년 전부터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귀가 닳도록 세뇌(?)시켰더라면 지금 이런 큰일들이 과연 일어날까. 우리 이민가정의 아이들은 동방 예도의 나라 한민족 조상들이 물려준 귀한 예의범절을 어찌하여 장유유서 도의를 가르치지 않는 미국의 현대풍조에 깡그리 팔아먹어야 하나.
초등학교에 도덕과목이 꼭 있어야 한다. 학교 도덕시간에 배워 가정과 이웃에 실천하고 교회나 성당, 절 등 각 종교기관에서 다시 그 가르침을 거듭 배우고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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