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지난 70년대 사각의 정글 맹수자리를 놓고 세차례에 걸쳐 사투를 벌였던 그들은 어느덧 환갑 전후 노신사가 됐다. 그중 두차례 승리를 차지한, 자칭타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 알리는 일명 파킨슨씨 병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신세. 알리로부터 "너무 못생겨서 챔피언감이 못된다"는 등 주먹세례보다 더 징그러운 독설세례에 치를 떨어야 했던 프레이저는 최근 알리의 때늦은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일 만큼 젊은 날의 악몽을 잘 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다. 아버지의 명예를 내세우며 주먹을 갈아온 알리의 딸 라일라 알리와 프레이저의 딸 재키 프레이저-라이드가 마침내 오늘(8일) 글러브를 끼고 정면 충돌한다. 결전장소는 뉴욕주 베로나의 오네이다 인디언 네이션스 터닝스톤 카지노 특설링.
네일살롱을 운영하다 99년 가을 프로복싱에 입문한 미혼의 라일라 알리는 9전 전승 8KO, 주부변호사로 활약하다 아버지에게 수모를 안긴 알리의 딸을 혼내주겠다는 일념으로 지난해 2월부터 링에 오른 재키 프레이저-라이드의 경우 7전 전승 7KO. 나이 차이는 많지만 전적도, 키(알리=5피트10인치, 재키=5피트9인치)도, 서로 오늘의 승리를 아버지날 효도선물로 바치며 링의 최고여장부가 되겠다는 각오도 비슷하다. 체급은 168파운드급.
둘은 대전료로 각각 10만달러를 받고 독점중계하는 유선TV 채널의 수익금중 일정액씩 보너스로 더 받게 된다. 아버지들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다소 헐값처럼 들리지만 불과 몇백, 몇천달러 이벤트가 수두룩한 여자복싱 시장사정을 감안하면 결코 인색한 씀씀이가 아니다.
문제는 주먹싸움의 ‘품질’.
모양새로는 손색없는 ‘알리-프레이저 Ⅳ’인 이번 대결이 알맹이는 아버지들간 대결처럼 ‘스릴라(the Thrilla)’가 되기는커녕 ‘한바탕 돈벌이 마당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비판이 적이 드세다. 함량미달인 기량은 말할 것도 없고 둘의 전의 자체도 의문의 대상이다. 그들이 겉으로는 모든 것을 걸고 박터지게(?) 싸울 것처럼 호언해왔지만 실제로는 각본대로 치고 받고 뒤엉키다가 다정하게(?)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까지 있다. 아버지의 이름을 판 얄팍한 돈벌이라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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