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시내전경과 푸른 태평양이 발아래 펼쳐지는 수잔 클리프턴(21)의 고층빌딩 꼭대기사무실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작업공간이다.
하지만 글리프턴은 요즘 불안속에 산다.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전력난으로 툭하면 단전사태가 빚어지는 지역으로 만약 단전으로 엘리베이터의 가동이 갑자기 중단되면 고층빌딩속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단전의 공포를 떨쳐버릴 수 없다. 빈번한 지진과 단전에도 불구하고 높은 빌딩에서 일하는 캘리포니아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버지니아에서 최근 캘리포니아로 이주,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 48층 타워에 있는 도이치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클리프턴의 말이다.
롱비치에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 데이브 수하다는 비좁고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엘리베이터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숨이 탁탁 막히는 탈출구도 없는 무더운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겁에 질려 진땀을 흘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때마다 정전이 되면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부터 살핀다"
롱비치의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21세의 리사 라일리는 엘리베이터를 탈때마다 기도를 하고 어떤때는 아예 계단을 이용한다.
"한 시간이상을 엘리베이터속에 갇힌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샌프란시스코 비상대책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사무실 건물들이 정전시에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비상 발전시설과 안전장비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시 소방국은 엘리베이터 탐승자구출을 위해 전담요원들과 소방차 19대를 별도로 배정해 놓고 있다.
소방국소속 정전관련 응급구조팀은 지난 20일 다운타운에 있는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남자 한 사람를 구출했고 19일에는 다섯 건의 엘리베이터 사고를 처리했다.
셰리 텔리어는 요즘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셀폰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텔리어는 비상전화가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경험이 있다.
"항상 이용하면서도 엘리베이터내부가 그처럼 좁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요새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릴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고층빌딩에서의 정전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트랜스아메리카 타워 42층에서 일하는 29세의 사샤 몬피어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나는 젊고 건강하다. 언제나 계단을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나는 자유의 여신상내부에서도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 갔었는데 그것보다 수월하지 않겠는가. 42층을 계단으로 걸어서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로리 톰슨이라는 사나이는 미신을 믿는다.
톰슨이 근무하는 101 캘리포니아 스트리트의 빌딩은 지난 1993년 7월 지안 페리가 총기를 난사, 여덟 명이 숨지고 여섯 명이 중경상을 입혔던 대형 참사의 현장이다.
"이 빌딩은 이미 최악의 날이 지나갔다.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이 비행기타기에 가장 안전한 날이라고 하지 않는가. 단전사태가 온다고 해도 이 빌딩에는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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