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방송을 들어 두었지만 아무런 특기할만한 사항이 없었는데 말이다. 점점 갈수록 속도가 떨어지고 나중에는 파킹장처럼 서 있게 된다.
이럴 때, 추레픽 리포트는
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목을 길게 빼고 사건을 보느라고, 사고난 쪽의 길은 사고 처리를 하느라고, 교통 체증이 당연하다. 그러나, 상대되는 쪽의 차가 밀려서 출근길에 시계를 연방 들어댜 봐야 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말이다. 사실은 이것이 우리의 심리이고,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 중의 하나일 듯 싶다.
꼭 이것을 그 사람들만이 새디스트이거나 그 반대로 매저키즘의 반사라고 꼬집어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 장면이 이해가 간다. 단순히 “무슨 일이지?… 어떤 사고일까?… 누가 운전하던 차일까?… 차가 부서졌겠지?… 사람은 다쳤을까?… 어디를 다쳤을까? 몇 살이나 먹은 사람?… 그 가족은… 혹시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 아휴, 저 굉장한 사고… 사람이 죽었겠네… 끔찍해… 사고를 구경하는 동안 사람들은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 사고에 너무 열심한 나머지.
이 쯤에서 그 현장을 겨우 벗어나 달리기 시작하면서도 생각은 계속 된다. 내가 이 사고를 당했다면?… 차는 폐차를 하겠고, 병원에 입원하고, 오래동안 휴직을 하고, 또는 직장을 잃게 되겠지, 늘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자주 다투는 우리 부부는 어떻게 될까? 아니 사고 보상금이 우리를 훨씬 나은 상태로 전환해 줄 지도… 그러나 내가 죽었다면… 아, 내가?… 내 자식, 부모, 친구… 등등 다행을 느끼면서 잠깐 사건에 대한 사고를 하다가 영화 한 편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속에서의 슬픔과 고통과 기쁨, 그 모든 것을 타자로서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느새 무의식적인 자기가 그 극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간다. 공격자가 되는가 하면 도망자가 되는 사람도 있고, 사랑을 쟁취하는 역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실연에 가슴을 찢기는 비련의 주인공이 되고파 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실패와 고통을 보고 은근히 잘됐다 라든지, 그럴줄 알았어, 라든지 하는 사람만을 새디스트라고 말할 수 없고 이상한 고행과 자기 학대를 하는 사람을 매저키스트라 할 수 없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아오면서 내가 당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겪는 경우도 있는 이 둘 중에 무슨 일이 사실이든 헛소문이든 간에 기가 막히게 흥분해서 지껄이고 일을 와전시키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일의 사실이나 거짓에는 관심도 없다. 무료한 자기들 무언가 불안한 자신의 욕구를 대리만족 또는 대변하기 위해서 영리하게 이용한다. 아니 많은 경우에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열등의식을 해소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목을 길게 빼고 본다. 마치 저쪽편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현장을 보듯이 말이다. 그들도 그 사고의 당사자가 된 듯이 그렇게 보일 때도 있다. 사고현장에서 그 사고를 당한 사람을 진정으로 도우려면 자신이 경찰이나 앰블런스의 요원이 아닌 다음에야, 어서 어서 그 교통체증을 만들지 않도록 길을 비켜주는 일이 아닐까? 그래야 사고난 그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달려오는 일행을 위해 길을 내어줄 수 있겠고,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도 보이지 않는 방해를 하지 않는 일이겠다.
새해가 시작됐다. 나는 무엇을 보기 위해 목을 길게 빼고 있는가. 지난 해 좋은 일, 궂은 일 함께 해준 친구들과 시간 없다는 핑계로 무성의했던 사람과 일을 바라보며 정겹고 고마운 일들이 많을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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