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5감’
▶ ★★★★½(별5개 만점)
감정적으로 연계를 맺지 못하는 인간들에 관한 어둡고도 사려 깊은 고찰로 극본을 쓰고 감독한 캐나다의 제레미 포데스와는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만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그는 직접적인 감각들을 통해 외로운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고 있지만 진실로 인간관계를 맺게 해주는 것은 가장 신비로운 감각인 사랑임을 조용히 역설하고 있다.
토론토의 마사지 치료사인 루스(게이브리엘 로즈)가 안나(몰리 파커)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얘기는 어머니와 소원한 관계인 루스의 틴에이저 딸 레이첼(나디아 리츠)이 안나의 어린 딸을 공원에 데리고 갔다가 잃어버리면서 가속이 붙는다. 이 아이 실종과 수색을 배경으로 루스와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루스는 감촉을 상징하는데 딸이 자신과 더 멀어지기 전에 진실로 딸을 감촉해야 할 여인이다. 한편 방황하는 레이첼은 역시 고독한 소년 루퍼트(브렌단 플레처)와 함께 남의 정사장면 엿보며 스릴을 느낀다. 두 틴에이저는 시각을 상징한다.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고 코믹한 사람은 양성애자인 직업 가정청소부 로버트(대니엘 매키보). 그는 참사랑은 냄새를 맡아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데 그 사랑을 찾아내기 위해 과거의 남녀 애인들을 다시 한번 만나 그들의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들이마신다. 로버트는 후각을 상징한다.
로버트의 절친한 친구는 관계와 사랑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케이크를 만드는 로나(메리-루이즈 파커). 그런데 로나는 맛을 볼 줄 모르는 사람. 로나의 케이크 제조와 삶의 풍미는 로나가 휴가 때 이탈리아에서 알게 된 정열적인 로베르토(마르코 레오나르디)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감칠맛을 얻게 된다. 로나는 미각을 상징한다.
5개의 이야기가 에피소드식으로 엮어졌으면서도 깔끔하고 치밀한 하나의 드라마로 완성된 영화에서 마지막 감각인 청각을 상징하는 사람은 안과의사 리처드(필립 볼터). 그는 청각을 잃어가는 중인데 그의 고독과 소외감을 달래주는 여인은 콜걸 게일(파스칼 뷔시에). 두사람의 얘기는 다소 감상적이지만 슬프게 아름다운데 이세상 사람 같지 않은 뷔시에의 모습과 분위기가 최면적이다.
남자가 만들었는데도 섬세한 여성적 터치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따스하고 감수성 짙으며 우울하면서도 우습고 또 외롭고 슬픈데 고독한 사람들의 감정적 인간관계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통렬한 감각적 경험을 느끼게 한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와 음악과 가을빛 조락의 색깔이 주조인 촬영도 좋다. 등급 R. Fine Line.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 선셋 5, 플레이하우스 7(패사디나), 사우스코스트 빌리지(코스타메사).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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