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진출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오기에는 너무도 비용부담이 큽니다" ‘벤처 한국’이라는 별명을 듣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북가주진출을 노리고 있으나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북가주에 지사설치를 위해 19일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일대를 둘러본 한국의 중견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트라이튼테크(Tritontech.com)의 태철규 부사장은 날로 치솟는 임금과 임대료, 교통지옥의 현장을 둘러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년 전부터 문서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트라이튼사는 미국회사와의 경쟁을 위해 ‘첨단기술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모델을 실현할 때까지 소모되는 비용이 한국의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현실이다.
상담을 맡은 한국소프트웨어 인큐베이터(KSI)의 이우진 과장은 "세크리터리도 초봉 4만달러, 엔지니어는 최소 9만달러를 주어야 고용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주재원을 파견해도 치솟는 렌트비와 물가를 감안하면 현지고용인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유모를 고용하려 해도 연봉 4만달러 이상이 든다"고 북가주의 살인적인 고임금의 단적인 예를 들었다.
고비용은 산호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북가주 전체가 ‘하이테크 산업단지’로 변하며 한국기업에 고비용을 강요하고 있다. 콩코드에 사무소를 둔 한국의 벤처기업 ‘01 Inc’와 프리몬트에 현지사무실을 추진중인 ‘MyFriends.com’사 등도 최소한의 사무공간 확보에 평당피트당 2달러 30센트 이상의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같은 고비용은 한국의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의 북가주 진출을 막고 있다. KSI 창립 초기 에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한국벤처기업중 1-2개사를 제외하면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모두 본국으로 철수한 상태이다. 현재 KSI에는 12개 한국 벤처기업이 입주한 상태이다.
이과장에 따르면 본국 파견직원 1명에 현지채용 3-4명을 합쳐 지사나 현지법인을 설치할 경우 초기 6개월에만 5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같은 비용은 계속 상승돼 미국 벤처자금의 펀드를 유치하지 못하는 면 한국벤처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벤처기업 컨설팅을 맡고 있는 PIDEA사의 오현호 사장은 "초기투자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1인 연락사무소 형태로 진출후 현지법인으로 키우는 방법도 있다"며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현지인 채용이 필수적으로, 임금수준을 고려하면 실리콘밸리 진출에 출혈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트라이튼의 태 부사장은 "미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기술개발에 뒤져 한국시장마저 미국기업에 빼앗기고 말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곳의 ‘미친듯한 고비용’을 한국의 투자가들에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범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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