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요즘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일은 오히려 희망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선한 편’이 이기고 있거나, 적어도 밀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들은 물러서는 미국이 아니라 굳건한 유럽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있다.
지난달 이곳에서 열린 키이우 안보 포럼에서 유럽의 국방 지도자들은 이제 러시아와의 전쟁을 공동의 싸움으로 인식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영국 전 국방참모총장 토니 라다킨 제독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는 경외와 존경,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분노도 감지됐다.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바로 그 순간에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안보 분석가 니콜라 텐제르는 “미국은 더 이상 동맹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다소 과격한 주장일 수 있지만, 이는 트럼프가 대서양 동맹을 지탱해 온 신뢰를 깨뜨렸다는 광범위한 불안을 반영한다.
이전 전시 방문에서 들었던 깊은 우려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가을 전선에서 러시아의 맹렬한 공격을 굳건히 막아냈고,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한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도시들은 버텨냈다. 이제 봄이 찾아왔고, 날씨는 다시 따뜻해졌으며 전력 공급도 유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강력한 일격을 견디고도 무너지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군사정보국장 키릴로 부다노프 중장은 포럼에서 “우리는 결코 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로서는 매우 낙관적인 발언이다. 이 자리에 모인 유럽 국방 수장들도 “우크라이나가 화력에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공유하는 분위기였다.
1년 전만 해도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제 의지는 분명해졌지만, 역량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회의 기간 중 유럽연합 대표는 약 900억 유로(약 1,0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대출 승인 사실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군사위원회 의장 션 클랜시 장군은 “유럽은 필요한 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키이우가 유럽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군사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클랜시는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요새가 되었으며, 유럽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은 드론 전쟁에 대한 전문성이다. 공격과 방어 모두에서 축적된 경험은 유럽과 세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경험을 파트너들과 공유할 의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키이우 모임은 때때로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들의 ‘세일즈 컨퍼런스’를 방불케 했다.
유럽의 고위 국방 관계자들은 ‘신시대 국방’을 주제로 한 비공개 세션에서 집중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조프 여단 드론 부대 관계자는 매달 드론 및 전자전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며 어떻게 우위를 유지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드론이 전체 목표물 제거의 92%를 차지하는 반면, 포병은 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유럽은 그 메시지를 이해한 듯하다. NATO 군사위원회 의장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제독은 “전쟁은 혁신의 경쟁이며, 시간 자체가 전쟁의 영역”이라며 “분쟁 속도에 맞춰 적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이우 포럼은 우크라이나의 놀라운 국방 혁신이 전선의 병사들과 민첩한 방산 기술 기업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드론 제조업체 TAF 인더스트리 설립자 올렉산드르 야코벤코는 이러한 피드백 구조를 설명하며, “어제 동부 전선에서 돌아왔고 곧 공장으로 가 설비를 개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 생태계가 유럽에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기업들은 문제 해결에 2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조프 여단의 미키타 나드토치이 대령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유럽의 지원 의지를 언급하며 “이것은 단지 우크라이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 드론의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따라서 대드론 방어에 대한 논의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다크노드’로 알려진 방공 여단을 창설한 올렉산드르 야르막은 지난 2년 동안 2,757기의 샤헤드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야르막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드론 공격의 70%를 무력화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이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유럽 파트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방공 능력을 신속히 구축하라는 것”이라며 “하루 500대의 드론 공격은 항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안일하고 경직된 유럽이 우크라이나처럼 강인하고 혁신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조프 여단에서 전투 중 한 손을 잃은 일리아 사모일렌코 소령은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았다. 그는 “유럽은 싸우는 법을 잊었다”며 “수십 년간의 무위 상태가 유럽을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았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격언을 잘 알고 있다. 지난 4년간 전쟁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변화는 그 진리를 강력하게 입증한다. 그리고 이제 그 필요성이 유럽으로 하여금 과거의 안일함을 버리고, 적대적인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창의적으로 협력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
데이빗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