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깜찍하게 피었다. 오렌지나 부겐빌레아같이 사시사철 잎이 푸르고 꽃이 피어있는 식물을 보고서는 봄을 짐작할 수 없다. 헐벗었던 복숭아나무에 복사꽃이 피고 사과나무에 하얀 꽃망울이 하나씩 맺히기 시작하면 내 마음속에서도 봄이 피어난다. 남가주에 진짜 봄이 온 것이다. 나는 봄맞이하러 로스 가든 센터로 간다.
가게 안에는 화초들이 유난히 많이 널려있다. 토마토나 고추 모종을 비롯한 밭작물도 나와 있다. 부지런한 점원은 상점 곳곳에 제라늄이며 마리골드 화분 같은 아름다운 봄꽃을 정성 들여 장식하고 있다. 모판흙도 두어 개 들고 원하는 모종들을 사서 정원 한쪽에 텃밭을 가꾼다.
매장 안을 둘러보니 안쪽에서 세일 품목이 전시되었다. 예쁜 호접란 몇 주가 가운데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구석에 숨어있듯이 서 있다. 호접란꽃은 새색시처럼 분홍빛으로 옅게 붉히고 있다. 가격표를 보니 26불짜리가 10불로 에누리가 되었다가, 7불로 다시 할인되었다. 이렇게 예쁜 호접란이 왜 인기가 없어 할인되지?
유심히 살펴보니 꽃대 위 두화 부분이 부러졌다. 호접란꽃 여덟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있지만 위로 계속 꽃을 피워낼 꽃대가 싹둑 잘린 것이다. 호접란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면 새로운 꽃을 더 매달 수가 없다. 핀 꽃들이 지고 나면 그냥 축 처진 잎만 남을 호접란이라 싸게 파는 것이리라.
나는 그중 세력이 강해 보이는 호접란 화분 하나를 골라 사 왔다. 꽃대 잘린 호접란의 가치를 보이는 모습대로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 꽃이 지고 난 후 가을 막바지에 접어들 때 온도를 잘 맞춰주면 새 꽃대를 올릴 수 있다. 또 꽃이 지고 난 후에 꽃대를 잘라서 꺾꽂이를 하면 몇 그루의 아기 호접란으로 분식시킬 수도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꽃대가 부러진 호접란도 내년쯤에는 세 그루 네 그루의 화사한 호접란으로 변화될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였다. 내 보기에 잠재력이 있는 제자가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였다. 지방대학을 나와서 어디 취직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과제도 충실히 하고 시험을 잘 봐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도 어느 회사가 채용해 줄 것 같지 않아 공부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감 부족으로 의기소침해하는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이 마음먹고 꿈을 꾸는 데로 성장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의 역량과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다. 나는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 했던 유명한 말을 해주고는 했다. “해 보기나 해봤어?”
자기의 가치를 자신이 낮게 평가하는데 누가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가. 누구나 한두 가지의 약점을 안고 산다. 꽃대가 잘린 호접란의 슬픔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생장점에 해당하는 두화가 잘려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없는 애달픔이 있다. 그러나 뿌리를 잘 건사하고 적절한 빛과 양분을 섭취하며 해를 견디면 아름다운 꽃을 계속해서 피울 수 있다.
도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필요하다. 도전은 사람의 내면을 봄볕처럼 채워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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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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