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낭만파 음악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는 작곡가로서는 일부 추앙받았지만 사실은 모순의 천재였다.
과대망상가였던 바그너를 추종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선배 못지 않은 자극적이고 웅장한 규모의 오케스트라 선율을 선호했다. 자신을 바그너의 진정한 후계자로 생각했던 슈트라우스는 바그너가 누렸던 인기와 왕(루드비히 2세) 옆에서 누렸던 문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철학, 미술, 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종합 예술, 즉 악극(오페라)을 진일보시켰으며 교향시 분야에서도 철학적 요소가 가미된 심도 깊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인기가 조금 오르자 자아도취에 빠진 슈트라우스는 그 스스로를 영웅으로 빗댄 ‘영웅의 생애’라는 교향시를 만들어 비판받기도 했는데, 아무튼 지휘까지 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가난하고 생전에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수 많은 음악가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유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을 뿐더러 작곡가로서는 물론 지휘자로서도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슈트라우스를 모순의 천재로 적시한 이유는 금수저출신이며 잘 나가는 작곡가치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수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분히 시대에 편승하며 기득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시대에 순응하는 순탄한 길 보다는 급진적이고 주류에 대항하는 반체제적 반골기질을 발휘했다. 어쩌면 이점이 슈트라우스의 모든 점, 끝까지 그를 비판적으로 몰아갈 수 없는 딜레마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슈트라우스는 적어도 바그너를 사랑하고 독일문화를 수호한 골수 독일인(예술가)치고는 반 유대주의적 견해가 전혀 없었으며 며느리도 유대인 며느리를 얻는 등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이때문에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극심한 곤욕을 치루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다고 히틀러에 반기를 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일정부분 나치에 협조하면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갔으며 전후 (나치에 협조했다는) 전범 재판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유대인 며느리를 둔, 며느리 찬스를 쓴 것도 사실이지만 며느리 때문에 죽을뻔했던 슈트라우스에게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슈트라우스는 대 작곡가로서 당시 대부분의 음악가가 타협하고 있었던 기득권 세력 중의 하나인 기독교인들도 극혐했다. 스트라우스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서 1905년에 작곡한 오페라(악극) ‘살로메’를 예로들면 세례 요한의 대치점에 서 있는 악녀 살로메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 한 여인으로서의 한 남자를 사랑한 살로메에 대한 연민을 그린 오스카 와일드의 희극을 오페라화했다는 점이었다. 반 기독교적 내용도 내용이지만 극 중 ‘7베일의 춤’은 여가수(살로메)가 전라의 몸으로 춤을 추는 음탕한 장면이 등장하기때문에 뉴욕에서는 기독교 세력의 시위 때문에 공연이 중단됐고 드레스덴에서의 초연도 오페라에 대한 모욕이라는 주장때문에 공연이 연기되는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철학자 니체를 좋아했던 스트라우스는 ‘신은 죽었다’는 말로 유명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교향시로 만들어 자신의 무신론적 철학을 분명히 했으며 종교와도 상관없는 ‘알프스 교향곡’에 굳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부제로 달아 종교(기독교)인들의 혐오감을 샀다.
히틀러는 이러한 슈트라우스의 급진적 행보가 자신의 정치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충분히 숙청할 명분이 있었지만 베토벤, 바그너에 이은 그 후계자로서 추앙받고있었기 때문에 감히 숙청까지는 감행하지 못했다. 슈트라우스는 나치 밑에서도 유대계 극작가 츠바이크 등과 오페라 제작를 같이 하는 등 계속해서 히틀러의 심기를 건드렸으며 유대인 며느리와 아들 손자 등에 대한 박해도 심해졌다. 슈트라우스는 나치에 비굴하게 협조하면서 살아남아야했고 전쟁후 세계는 그가 적어도 인종주의자가 아닌 점,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나치에 협력한 점을 용서받았고 유대인 며느리때문에 (바그너와는 다르게) 이스라엘에서도 사면받았다.
슈트라우스는 오만한(?) 천재였지만 신은 무지막지한 독재자를 보내 지옥문을 보여주었다. 사망은 재산으로도 못 구한다는 잠언의 말씀도 있지만 (전후) 전재산이 몰수되고,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직전에 슈트라우스를 구한 것은 그의 재능이 아니라 의리였다. (오는 6월 슈트라우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엘렉트라’가 김은선 지휘로 SF오페라에의해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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