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k Bradford: Keep Walking-Amore Percific Museum, Seoul-
▶ 마크 브래드포드의‘사회적 추상화’
LA 출신 마크 브래드포드(b.1961)는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접했다. 30대에 캘리포니아 예술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2021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2024년 아트리뷰 ‘Power100’ 19위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번 대규모 전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을 살펴본다.
# 작품 <떠오르다>
전시의 서막을 여는 작품으로 작가는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광고 포스터 등을 긴 띠의 형태로 재단하고 노끈으로 이어 붙여 전시장 바닥을 덮는 설치물로 재구성하였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감상을 넘어 걷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인 경험을 유도한다. 작품을 밟고 지나가는 움직임에 따라 작품의 표면은 변형되며 이러한 변화는 작업의 일부로 남는다.
#작품 <파랑>
이 작품은 ‘엔드 페이퍼’ 연작으로 작가의 첫번째 작업이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회화의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던 그는 미용실의 파마 용지를 작품의 주재료로 활용했다. 반투명 용지의 가장자리를 토치로 태워 그을린 테두리를 만든 후 용지를 캔버스 위에 나열하여 격자로 구성된 콜라주를 만들었다. 이는 지도라는 시각언어로 도시 구조와 지역 공동체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예고한다.
#작품 <믿음의 배신>
파마 종이로 구성된 이 작품 역시 격자 구조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정체성, 기억, 이주의 흔적이 새겨지는 틀이다. 작품 위에 표현된 수평과 대각선들은 골목길이나 통로를 연상시키며 정해진 틀 속에서도 개인이 나아가는 길과 자율성을 상상하게 한다.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선들이 격자 구조를 느슨하게 풀어 억압된 질서에서도 자율성과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암시한다.
#작품 <명백한 운명>
미국 도시 개발의 현실과 자본 권력의 구조를 드러낸 작품이다. 총 세 개의 캔버스에 “조니가 집을 삽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문구는 전단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즉시 현금 지급을 미끼로 내세우며 취약 계층으로부터 주택을 사들이는 오늘날 도시의 부동산 투기 자본의 현실을 보여준다.
#작품 <공기가 다 닳아 있었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인종 차별을 피해 이주한 600만 흑인들의 대이주를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실제 기차 시간과 지명을 담은 표를 추상적으로 재구성하여 불안정한 삶의 이동성과 그로부터 파생된 정체성의 흔들림을 담아냈다. 작품 제목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에서 인용했고 포크너 문학이 다루는 남부의 서사와 기차 시간표의 기록을 통한 기억을 작품에 더했다.
#작품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대사를 인용한 긴 제목의 이 작품은 종이로 만든 불탄 대륙과 바다를 통해 파편화된 세계의 모습을 시각화했다. 질감과 크기가 서로 다른 행성들은 불균형과 생태 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지구의 현실을 반영한다. 우리가 같은 행성에 살아도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권력의 욕망이 가져오는 사회적 붕괴와 정치적 몰락을 비판한다.
작가는 거리에서 수집한 도시의 부산물로 추상화를 통해 인종과 계층 그리고 도시 공간들을 다뤄 왔다. 이러한 작업은 ‘사회적 추상화’라는 독자적 언어로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는 40여 점의 작품을 보였다.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은 “마크 브래드포드는 날카로운 통찰로 현실을 담아낸 작품들로 이 시점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는 강렬하고 웅장한 작업들을 이어온 그의 작품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2026년 1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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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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