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특유의 ‘전투복장’ 대신 정장풍 제복 차림…연신 “땡큐”
▶ 트럼프, 젤렌스키에 친근감 부각…2월에 언쟁 발동 걸었던 밴스는 침묵

백악관서 6개월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우)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로이터]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18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세기의 '외교참사'로 기록된 지난 2월의 회담과는 자못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약 6개월 전의 회담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물 간에 이뤄진 것이었지만 별다른 '파격'이나 '충격 요소' 없이 '정상적인 정상회담'으로 치러졌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2월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전쟁의 종전 추진 방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인식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채 언쟁을 벌였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은 카드가 없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도박하고 있다", "무례하다" 등의 날 선 발언을 퍼부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세웠고,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된 백악관 오찬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귀국해야 했다.
이날 그 당시와 달라진 분위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 웨스트윙(서관) 정문 앞에 차량 편으로 도착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기 전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했고, 차에서 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그의 어깨와 등을 연신 두드리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칼라가 있는 셔츠와 재킷 등 군인들의 정복(正服) 느낌이 나는 정장 스타일의 검은색 옷을 입고 백악관에 나타났다.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셔츠 차림으로 2월 백악관 회담에 나섰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오늘 잘 차려입었네"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과는 달랐다.
2월 정상회담 때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양복을 입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했던, 우파 성향 방송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회담장인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정장 차림이 멋지다"고 칭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똑같은 말을 했다"며 "그(글렌 기자)가 지난번에 당신을 공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웃으면서 "기억한다"고 말했고, 글렌 기자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를 향해 "그런데 당신은 똑같은 정장을 입었다. 나는 바꿔 입었는데, 당신은 그대로"라고 농담까지 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의 파안대소를 유도했다.
회담 초반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하며 '감성 외교'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건 대통령님이 아니라 부인께 보내는 편지"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현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조와 태도도 지난 2월 백악관 회담 때와 확연히 달랐다. 잔뜩 굳은 2월과 달리 그의 말투와 표정은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발언 중 유머도 여러 차례 곁들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아동을 염려하는 서한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데 대한 것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 2월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감사할 줄 모른다"는 면박을 들은 뒤 일어난 변화로 보였다.
영국 BBC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사 인사를 흩뿌렸다"며 "처음 단 몇 분 말하는 동안 트럼프와 미 정부에 '감사합니다'를 6번쯤 말했다"고 전했다.
약 27분간 언론에 공개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도중 몇차례 젤렌스키 대통령의 팔을 건드리거나, 그의 눈을 쳐다보며 말하는 등 친근감을 드러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기자 질문에 자신의 발언을 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마디 하라고 독려하는 '배려의 매너'도 보여줬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 태도나 고압적인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 2월 정상회담 때 정상간 대화 중간에 끼어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 삼아 '파국'의 단초를 제공했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언론에 공개된 세션에서 시종 침묵을 지켰다.
'사고'(事故)가 없었던 이날 회담에는 결국 두 사람이 2월 회담의 파국으로부터 배운 '교훈'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15일 미·러 정상회담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외교적 모색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도 양 정상의 조심스러운 대응의 배경으로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사흘 전 푸틴 대통령에게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외교적 고립 해소의 기회만 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을 경우 중재자로서의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 있어 보인다.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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