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상대방 자존심·약점 자극에 능수능란
▶ “바이든의 전쟁” 복창하며 트럼프 불안감·인정욕구 이용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휴전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혐오하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와 푸틴은 15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정상회의의 비공개 대화 자리와 공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이든 전 대통령 탓에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이든의 전쟁"이라고 칭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써 오던 표현과 똑같다.
푸틴 대통령은 3년 반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하기 전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2022년에 트럼프가 여전히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으리라고 트럼프에게 맞장구를 치면서 그의 자존심을 치켜세워줬다.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푸틴은 정상회담 때 비공개 대화 자리에서 '트럼프가 실제로는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으나 민주당이 승리를 훔쳐갔다'는 취지의 트럼프 주장에 동의를 표현했다.
트럼프는 15일 정상회의 종료 후 당일에 폭스뉴스 '숀 해니티'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을 펴면서 "나는 그(푸틴)가 이제는 우리 나라를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바이든 때는 우리 나라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푸틴)가 (트럼프가 계속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매우 기뻤다"며 "대통령이 유능했더라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숨진) 이 모든 생명들이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이 '우편투표 제도 탓에 부정선거가 이뤄졌고 그 때문에 당신이 패배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라는 말을 13번 했으며 "조작됐다"는 표현을 3번 썼으나 "휴전"이라는 말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전쟁범죄 혐의를 받은 외국 독재자와 무대에 함께 나와서 전직 미국 대통령을 마구 공격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측면에서는 자국 지도자들보다 폭압적인 러시아 지도자와 공통점이 더 많다"는 점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알래스카 정상회담 몇 주 전에 푸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아주 가혹한 말은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 대해서는 자주 가혹한 말을 해왔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푸틴이 흥분해서 하는 발언을 들었다는 사람들을 익명으로 인용해 "푸틴은 권력을 잡은 4반세기동안 미국 대통령 5명을 상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러시아의 우려를 무시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통해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과 인정욕구를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 지도자들의 자존심과 약점을 자극하는 데 능수능란하다는 점도 소개했다.
푸틴은 냉전 시대에 동독에서 공작원들을 관리하는 공작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대화 상대편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서 상대방을 다루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능하다.
푸틴은 총리로 재직중이던 1999년에 스트로브 탤벗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을 때 러시아 시인 2명에 관한 얘기를 꺼냈는데, 탤벗이 수십년 전 예일대와 옥스퍼드대에 다닐 때 논문을 썼던 시인들이었다.
푸틴은 2001년에 신앙심이 깊은 조지 워커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십자가를 줬다는 얘기를 해서 깊은 인상을 남기고 호감을 샀다.
그는 별장 화재를 겪었을 때 남은 물건이 그 십자가밖에 없었다면서 그만큼 자신에게 그 십자가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상대편의 약점을 파악해 불안감을 조성한 사례도 있다.
개에 물린 경험이 있어 개를 무서워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2007년에 만났을 때 푸틴 대통령은 래브라도 품종의 검은 대형견을 메르켈 총리 옆에 데려와서 총리에게 코를 들이대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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