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토트넘 홋스퍼의 상징이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한 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입으면서 LA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아시안 스포츠 스타에 목말랐던 이 도시에서, 월드컵과 아시안컵, 유럽 무대를 넘나든 세계적인 축구 스타의 등장은 단순한 선수 영입 이상의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LA 한인사회는 손흥민의 영입을 경기 부진의 돌파구로 여기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인 상권은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과 고금리, 관세 등의 겹악재에 부딪치며 오랜 시간 움츠려 왔다. 하지만 기대와 환호만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전략이 필요하다. 손흥민 효과를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려면, 철저하게 기획되고 정교하게 연출된 실행안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우리 가게에 놀러 오세요”, “인증샷 좀 찍어주세요”라고 외치는 시대는 지났다.
손흥민의 LAFC 합류는 단지 한 팀의 전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이 도시가 맞이할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맞물릴 때 그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LA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수천억 달러의 경제 효과, 수백만 명의 방문객, 전 세계의 미디어와 관광객, 기업과 브랜드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도시 전체의 판을 뒤흔들 기회다. 문제는 정작 한인사회가 이 거대한 흐름을 맞이할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한인 관광 산업과 조달 시장의 도약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말만 남을 것이다. 일본이 오타니를 중심으로 다저스에 관광·소비 인프라를 깔아놓은 것처럼 우리는 손흥민이라는 자산을 중심으로 LA 관광 루트에 K-푸드, K-컬처, K-패션, K-뷰티, K-콘텐츠를 입혀야 한다.
예컨대 올림픽 선수촌 근처에 한인타운의 맛집 지도를 배포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 관광객을 위한 “Korean Soccer Night”을 기획해 손흥민을 매개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게 하며, 한인 스몰비즈니스들이 연합해 공동 마켓과 브랜드 존을 구성하는 식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연 확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한인타운 자체의 매력도와 환경이다. 지금의 한인타운은 방문자들에게 그리 유쾌한 첫인상을 주지 못한다. 거리에는 분뇨와 동물 배설물, 노숙자 캠프와 악취가 뒤섞여 있다. 이런 모습은 LA를 처음 찾은 관광객에게, 그리고 손흥민을 따라 이 지역을 방문한 수많은 글로벌 팬들에게 치명적인 인상을 남긴다.
“코리아타운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매력적인 곳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시 당국과 협력하고, 청결과 치안,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한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로만 “손흥민 효과를 기대한다”, “관광객이 오길 바란다”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모든 기대는 또 한 번 헛된 바람으로 끝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공동체의 움직임이다. 한인 경제단체, 여행업계, 외식업계, 문화기획자들이 모여 구체적인 브레인스토밍과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한인타운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손흥민은 단순한 축구 스타가 아니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K-스포츠와 K-문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입성을 감동 스토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 부흥과 도시 이미지 혁신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잘 되길 바란다’가 아니라, ‘우리가 잘 되게 만들자’는 각성과 실천이 필요하다. LA에 ‘손세이셔널’의 바람이 불길 간절히 바란다.
<
박홍용 경제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