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생일에는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빌고, 어떤 기념일에는 역사를 되돌아보며 결의를 다지곤 한다. 그렇다면 미국 독립 249주년이 되는 7월 4일, 미주 동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미국은 독립 전쟁을 치렀던 영국으로부터 세계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그토록 닮고 싶어 했던 로마의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인류 역사상 미국만큼 전 지구적 영향력을 가진 제국은 없었다.
잉글랜드와 로마의 건국249년은 어떠했을까?
미국에게 세계 경영권을 넘겨준 초기 잉글랜드 왕국은 927년 애설스탠 왕이 소규모 7왕국을 통일하여 세웠다. 그러나 귀족들의 영향력이 강한 왕권이었다. 249년이 흐른 1176년경에는 플랜태저넷 왕조의 헨리 2세가 강력한 절대왕권으로 잉글랜드를 통치하는 시기로 변모했다.
미국이 그토록 닮고자 했던 로마 왕국은 건국 249년 전후로 군주제에서 두 명의 집정관과 원로원이 권력을 나누어 다스리는 공화정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 시기 귀족과 평민 간의 계급 갈등이 본격화되었고, 에트루리아, 라틴족, 삼니움족 등 인근 부족과의 전쟁을 통해 점차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공화정 249년이 흐른 기원전 260년경,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통일하고 카르타고와의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며 시칠리아를 장악하여 처음으로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섰다.
정치 구조에서는 귀족과 평민 간의 투쟁을 통해 평민도 최고 정무관직에 오를 수 있게 되어 법률과 제도에서 평등이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전쟁은 로마 시민군의 주축이었던 농민의 몰락을 초래하여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고, 이는 수많은 내전과 황제정으로의 이행 배경이 되었다.
249살의 미국, 현재의 도전과 미래는?
2025년, 249살이 된 미국은 여전히 기술 혁신 및 선도국으로서 강력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문화 융합으로 창의적인 소프트 파워를 만들어 미국과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249년의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마약 문제, 그리고 이민자 추방으로 인한 대도시 노동력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물가 상승을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여러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제기하고 있다.
또한 관세 인상은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며, 메디케이드의 대폭 삭감으로 저소득층의 건강과 생존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안전망의 훼손은 빈부 문제를 심화시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먼 훗날 미국에게 세계 경영권을 내주었던 초기 잉글랜드 왕국과 미국의 롤모델이었던 로마 왕국, 그리고 로마 공화국이 249세였을 때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국가의 정체성이 바뀌는 수준의 변화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249살의 미국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이며, 정치의 양극화와 불확실한 경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방의 시대에서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하는 브릭스(BRICS)라는 새로운 도전이 꿈틀거리고 있으며, 미국과 서구는 우크라이나를 대리하여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의 맹주 이란에 대한 선제적 포문을 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탄생과 생존, 변화와 발전, 노화와 사멸,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과정을 겪는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249살 미국의 현재 좌표가 변화와 발전의 시대인지, 아니면 노화의 시대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소수 중의 소수계로서, 이민자로서, 유색인으로서, 그리고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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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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