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40년간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외쳐 왔다… 그들은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폭탄으로 우리 국민의 팔과 다리를 날려버렸고, 우리는 1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결국 초강력 폭탄 ‘벙커버스터 GBu-57이 이란의 핵심적 핵시설에 투하됐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시설이 바로 그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3곳에 대한 미군이 공습이 성공적으로 단행됐음을 알리며 한 말이다.
이제 열흘 남짓 지났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시작된 지. 그런데 세상이 확 달라진 것 같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이란의 핵과 주요 군사시설은 초토화되고 있다. 참모총장과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을 포함해 이란 군 수뇌부 고위 장성들이 줄줄이 제거되고 있다.
지난 30여 년 세월동안 온갖 유혈사태와 테러수출로 세계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었다. 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암살이 두려워 급기야 외부와 통신을 끊고 은신에 들어갔다. 그리고 ‘순교’에 대비해 서둘러 후보자 선정을 하는 지경에까지 몰린 것이다.
전광석화(電光石火). 이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이스라엘의 혁혁한 승리로 끝난 ‘6일 전쟁’의 전과도 무색할 정도다. 그렇지만 작전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끝낼 일(finish job)이 남아 있다. 이란 핵시설 완전제거, 더 나가 레짐 체인지가 그것이다.
관련해 관심은 미국의 초강력 폭탄 ‘벙커버스터 GBu-57’에 집중돼 왔다. 산속 깊숙이 건설된 포르도 핵연료 농축 공장 등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필수적인 무기로 전 세계에서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뒤 따른 질문은 ‘미국은 그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finish job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 결정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 같이 보였다. 그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일찌감치 ‘고우 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 시점은 지난 21일 토요일 밤(동부시간)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악의 테러 지원국이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고 밝히는 한편 “중동의 깡패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공격은 훨씬 더 강력하고 더 신속하게 단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격적이고, 치밀하게 전개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예상을 깬 미국의 조기 finish job 동참 결정. 그리고 지속적인 강경대응 경고. 이 일련의 움직임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중동의 정치 지도가 완연히 바뀌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1979년 호메이니의 회교혁명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 박멸, 더 나가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세력 축출에 온통 매진해왔다. 테러와의 전쟁, 뒤따른 이라크전쟁 등에서 미국이 허둥대면서 지난 20여 년 사이 시아파 회교 혁명정권 이란의 입지는 대폭 강화됐다.
이란의 영향권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잇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벨트’에서 레반트 지역 그리고 아라비아반도에 이르는 지역에까지 확대됐다. 그 확대 전선 첨병에 나선 것은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세력들이다.
이란의 파워는 2023년 10월 7일을 기해 분수령을 맞게 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신호로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다른 저항의 축들도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됐다. 그 사이 종주국 이란은 핵무장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20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하마스, 헤즈볼라의 궤멸적 패배에 이은 시리아의 알아사드체제 붕괴. 이와 함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전쟁으로 종주국 이란의 파워도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다른 일면 핵 확산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그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까, 그런 전쟁으로도 보여 진다. 그러니까 타협이 아닌 힘을 통한 응징만이 핵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거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동시에 ‘새로운 악의 축’, 혹은 ‘독재세력 쿼드’로 불리는 CRINKs(중국-러시아-이란-북한)와의 전쟁 양상도 보이고 있다.
CRINKs 4개국은 반미라는 공통의 전략적 목표 하에 서로 돕고 있다. 이 수정주의 체제들의 끈끈한 연대는 오늘날 군사지정학적 악몽이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스라엘은 ‘독재세력 쿼드’ 중 약한 고리인 이란을 공격, 이 독재세력의 전열을 흩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 이스라엘을 도와 트럼프가 이란의 주요 핵시설공습 명령을 내리자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또 다시 중동전쟁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식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이 앞장서서 만들어 낸 이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란의 충돌은 문명 대 야만, 자유민주주의 대 전제와 폭력세력의 전초전으로 미국은 적극 지원에 나서 자유세계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폴리티코지의 지적이다. ‘이란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크라이나를 지켜낼 때 미국은 3차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의회전문지 더 힐의 주장이다. 어느 쪽 관측이 맞을까.
문명 대 야만의 대결. 대세는 아무래도 문명세계로 기울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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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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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미친짓 종교는 다치는게 아니고 원수도 만드는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