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편승한 네타냐후, ‘핵협상 좌초’ 빌미로 숙적 제거 기회
▶ 이란 “가혹한 응징” 경고…미국 “우린 개입 안했다” 줄곧 방관
▶ 이란 보복여력 불확실… ‘저항의 축’ 와해에 자체 군사력도 약화
이스라엘이 최대의 전략적 경쟁국인 이란을 폭격해 중동이 새로운 전쟁 위험에 빠져들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핵 시설까지 공급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는 한편, 군 수뇌부가 공습으로 사망하자 대규모 보복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사태가 통제 불능에 빠질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이란이 최근 이스라엘과의 대결에서 군사력이 급속도로 약화한 까닭에 보복에 필요한 효과적 선택지를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 이란 쑥대밭 만드나…핵시설 파괴하고 군 수뇌부 암살까지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내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특히 핵시설을 공습하는 한편, 체제 유지의 핵심인 군 수뇌부를 암살해 전면전 우려가 커졌다.
이란은 자국 내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뚜렷한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반드시 묻겠다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간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정권의 이란 내 핵시설 공격안을 확전 우려 때문에 줄곧 만류해왔다.
핵시설 공격과 더불어 핵 프로그램의 소프트웨어 격인 핵 과학자들도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그뿐만 아니라 이란의 역내 군사 전략을 주도하는 군 수뇌부들에게까지 표적 공습을 가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의 해외작전을 총괄하는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군 1인자인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군 참모총장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이란 신정체제의 구심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살아있다는 긴급 보도가 국영매체에서 나올 정도도 이스라엘은 전방위 공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의 방관…네타냐후, '핵협상 좌초' 빌미로 숙원 이루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이 과격한 공격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관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혹행위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역내 전쟁에 조 바이든 전 정권보다 훨씬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침공 의지를 지렛대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폭격을 만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입 밖에 내는 방식으로 이란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까지는 자제하겠다는 방관적 태도를 내비쳐왔다.
이스라엘 극우 정권은 자국이 유대인 국가로서 존립하는 데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지목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이면서 방관적인 태도를 이란 공격의 기회로 간주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란의 방어체계가 작년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크게 약화한 까닭에 현시점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호기로 여겼을 수 있다.
때마침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이스라엘 매파들의 구미에 맞게 흘러갔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시설을 둘러싸고 교착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자국 내에 새로운 농축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이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가 무너진 뒤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왔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단시간에 무기급 핵원료를 만들 수 있는 상태로 우라늄 농축도를 끌어올린 상태라고 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 이란 보복 불가피…걸맞은 수단 찾을 수 있을지 불확실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 정권은 피격 수준에 걸맞은 맞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국 내 지지층뿐만 아니라 역내 추종세력의 신뢰를 잃을 궁지에 몰렸다.
이를 인식한 이스라엘은 선제타격 단행과 동시에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정부도 이라크 주재 대사관 인력 등 이란의 보복에 취약한 지역에 있는 자국인들의 피신을 최근 지시한 바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전면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이란의 군사력은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현격히 약화한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접경국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차례로 빈사상태에 빠뜨렸다.
이란의 중동 내 군사력은 헤즈볼라와 같은 대리세력을 이스라엘, 미국에 맞선 '저항의 축'으로 묶어 연대하는 데에서 뒷받침된다.
해외 군사 네트워크 약화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직접 맞대결에서 받은 손실도 주목된다.
이란은 작년 4월 14일과 10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강행했다가 번번이 보복당한 적이 있다.
특히 두 번째 보복에서 이란은 탄도 미사일 시설, 방공망 등 핵심 군사 인프라에 심대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중동 내 힘의 균형이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혹한 응징'을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어떤 수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대규모 미사일, 드론(무인기) 공습을 첫 선택지로 예상한다.
그러나 작년 두 차례 맞대결에서 입증됐듯 그런 공세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의 표적 중에는 미사일 기지와 같은 보복에 동원될 시설도 포함돼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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