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도 속으론 평화 원한다’는 판단 바꾼 듯
▶ 크렘린궁 “우리가 아는 것과 상반된 내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다수의 유럽 정상과 통화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푸틴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통화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은 속으로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던 그동안의 판단을 바꿨다고 인정한 것이다.
유럽의 정상들도 푸틴 대통령의 이런 의중을 어느 정도 짐작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판단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유럽 정상들에게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들과 통화한 시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시간 통화'를 하기 전이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19일 연이틀에 걸쳐 유럽 정상들과 통화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 전해진 것은 이틀째 통화에서였다.
통화가 이틀간 이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부각됐다.
가령 앞서 이뤄진 18일 통화에서 그는 푸틴이 휴전 제안을 거부하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휴전을 성사하는 것을 협상보다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통화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실무 회담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WSJ는 전했다. 협상이 휴전보다 먼저라는 러시아 쪽 요구로 기운 셈이다.
종전 중재 의지도 다소 옅어졌다.
18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전쟁 특사 등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하루 뒤 19일에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18일 통화의 상대는 마크롱 대통령, 메르츠 총리, 멜로니 총리 외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유럽 정상 일부가 주장하는 '조건 없는 휴전' 방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달라진 대목이었다. 19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조건 없는'(unconditional)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고, 그런 말을 써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근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휴전 압박이 고조된 결정적인 계기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5월 8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이었다. 이 게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상적으로, 조건 없는 30일간의 휴전"을 촉구했었다.
19일 통화 중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 관여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어조가 긍정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가 휴전안을 거부하는 경우 미국 역시 제재안을 지지해줄 것 같은 인상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한 이후 러시아 측 주장으로 쏠린 모습으로 유럽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WSJ는 보도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이러한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아는 것은 당신이 언급한 기사의 내용과 상반된다"고 논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 후 유럽 정상들에게 무엇을 말했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성명도 안다"고 말했다.
다음 주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에는 "차기 회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며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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