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로봇재활치료, 혼자 이동 가능하게
▶ 낙상 두려움 완화 등 심리적 효과도
▶ “집에서 코어 등 여러 운동 골고루”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경증의 척추환자들이 많다 보니 진료 체계가 경증 중심으로 돼 있어요. 중증 환자들은 재활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수가가 낮아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병원이 많지 않습니다.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회복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거죠.”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는 “척추수술 후 2~3개월 급성기 때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면 환자가 비교적 빨리 회복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도 줄어들 텐데, 의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척추수술은 국내에서 백내장 다음으로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인구 10만 명당 수술건수(2021년 기준)를 보면 백내장이 1,476건으로 가장 많고 척추수술(380건), 치핵수술(303건)이 뒤를 잇는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박 교수는 “급성통증으로 수술한 경증의 경우 수술만으로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고령이나 증상이 오래된 환자는 수술 후에도 장애가 남아 재활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말을 이었다. “로봇보조보행치료가 2022년 급여항목으로 지정됐으나 뇌졸중 환자에게만 적용됐어요. 뇌졸중 환자에 대한 수가도 낮은 편이고, 재활이 필요한 척추질환 환자에겐 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반복적이고 정밀한 보행 훈련이 필요한 척추환자에 대한 로봇재활치료가 급여 밖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다. 수가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환자가 낸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보조하는 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척추질환 환자와 관련해선 ‘기계(기구)를 사용한 근력강화운동과 기능훈련을 30분 이상 실시한 경우에 산정한다’는 급여 규정만 있다. 박 교수는 “로봇보조보행치료를 하든, 다른 방법으로 재활치료를 하든 수가가 30분에 9,000원 안팎으로 동일하다보니 병원 입장에선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봇보조보행치료 기계 가격은 대당 1억5,000만~4억 원 안팎이다. 그는 “로봇보조보행치료 시 물리치료사도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 병원은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큰 병원도 기부금 등을 받아 기계를 구입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가 이 같은 안타까움을 내비친 건 로봇보조보행치료 효과가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2023년 6~12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로봇보조보행훈련(RAGT) 효과를 분석한 그의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환자의 보행 능력을 평가하는 기능적 보행지수(FAC)는 훈련 전 평균 2.65점에서, 훈련 완료 후 3.78점(5점 만점)으로 높아졌다.
박 교수는 “지팡이를 짚어도 옆에서 부축해야 걸을 수 있었던 환자가 보행기를 끌고 혼자 이동할 수 있는 상태까지 나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FAC 5점은 일상적인 보행이 가능한 상태, 4점은 지팡이 등 제한적인 보조도구를 이용해 혼자 걸을 수 있는 단계다. 훈련 후 일상생활에 필요한 개인위생과 의복 착용, 식사하기 등의 수행능력이 얼마나 수월해졌는지를 측정한 수정바델지수(MBI)는 같은 기간 7.69점에서 10.66점으로 40% 가까이 개선됐다.
RAGT는 수술 후 걷기가 어려운 환자에게 의료용 로봇을 착용시켜 서기와 균형 잡기, 평지 보행,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활훈련이다. 그는 “기계에 안전벨트와 지지대가 잘 돼 있어 움직임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심리적인 거부감과 공포감은 척추환자의 재활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통상 FAC 2단계 전후의 환자들은 스스로 서서 균형을 잡고 걷는 게 어렵고, 넘어져 다칠 수 있다는 낙상에 대한 두려움에 잘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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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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