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부동산 개발 회사 위트코프는 2013년 투자자들을 모아 뉴욕 명소인 파크레인 호텔을 6억 6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회사의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회장은 호텔을 초호화 아파트로 개조하려 했다. 그런데 투자자 중 한 명이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횡령 사건에 연루됐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건설마저 규제에 부딪혔다. 위트코프 회장은 즉시 호텔 매입·개발에 국부펀드 횡령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음을 입증해 사업 자산 압류를 피했다. 투자자들을 설득해 아파트 건설을 미루고 호텔을 정상 운영해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 이후 물밑 협상을 통해 파크레인 호텔을 중동 카타르 국부펀드에 되팔았다. 유연한 사업 운영 능력과 과감한 협상력으로 손실 위기를 수익 창출 기회로 바꾼 것이다.
위트코프 회장은 1957년 뉴욕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부동산 재벌이다. 뉴욕 호프스트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뉴욕의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당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점차 부동산 사업에 흥미를 느낀 위트코프는 1985년 부동산관리회사를 차렸다. 1997년에는 위트코프그룹을 설립해 부동산 개발에 착수했다. 여러 고급 호텔, 상업용 건물 건설과 재개발 사업을 성공시킨 그의 순자산은 최소 5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트코프는 올 1월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중동 특사로 임명됐다. 그는 즉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여해 휴전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전화해 압박하는 등 외교 관례를 깨는 파격 전략을 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급파돼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마크 포겔을 데리고 귀국했다. 위트코프가 사업하며 익힌 직설적·공세적 협상 전략이 외교 무대에서도 통한 것이다.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맨을 특사로 중용한 까닭은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때문이다. 우리도 통상·안보 현안에서 한미 양국의 윈윈 방안을 도출하는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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