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프랑사프리크(Francafrique)는 없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인터뷰를 통해 7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에서 자국 군대와 외교관을 철수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인 ‘프랑사프리크’는 1955년 코트디부아르 초대 대통령 펠릭스 우푸에부아니가 자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묘사한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과 프랑스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일부 정권을 정치적으로 보호해주며 경제적 이익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근래 아프리카에서 잇달아 발생한 쿠데타로 프랑스의 입지가 급격하게 약화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올 8월까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말리·부르키나파소·기니·차드·수단·니제르·가봉 등 8개국에서 쿠데타가 발발했다. 대부분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 국가들은 쿠데타 이후 노골적으로 반(反)프랑스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가 대테러 격퇴전의 거점으로 삼았던 말리를 비롯한 몇몇 나라는 아예 프랑스와 관계를 단절했다. 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 지대인 사헬 지역의 유일한 파트너로 남아 있던 니제르 민주 정부의 전복은 프랑사프리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니제르에 주둔하는 1,500명이 올해 철수하면 한때 5,100명에 달했던 사헬 지역 내 프랑스 주둔군은 차드에 배치된 1,000명만 남게 된다.
반면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서방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중국은 ‘차이나 머니’로 검은 대륙을 파고들었고 러시아는 민간 용병 회사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사헬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며 쿠데타를 추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은 부랴부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도 내년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세 혼란에도 아프리카의 경제적 잠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혼돈의 땅’ 아프리카의 움직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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