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생활에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음악회를 가는등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란 좀체로 쉽지 않다.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음악회로 지난 주말 열렸던 소프라노 조수미 콘서트는 그녀의 세계적 명성은 두말할 나위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특별주관으로 열린 무료음악회였다는 점에서 북가주 한인커뮤니티의 샘물같은 행사였다. 한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조수미는 환갑을 막 넘긴 나이임에도 그녀 특유의 콜로라투라 기교를 한껏 선보였는데, 워낙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감이 넘치는 매너로 헙스트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행복하게 했다. 센스가 뛰어난 의상은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 첫 무대는 하얀색 바탕에 태극 음양과 미국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의 벨트로 화려하게 장식한 드레스. 두번째 무대는 한국 가곡에 어울리는 개나리와 진달래 색상의 노랑과 진분홍 드레스. 세번째 무대는 진한 자줏빛 색상의 드레스에 같은 색깔 헤드밴드로 머리를 올려묶고서 춤을 추듯 노래했다. 중간에 관객 한명을 무대로 이끌어서 춤을 추는 연출은 색다른 재미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그녀의 재치에 박수와 웃음으로 답했고 때론 청중들로 하여금 에코 화답의 노래를 유도함으로써 모두가 호흡을 같이했다. 음악회를 마친 저녁 7시는 아직 해가 머물고 있던 여름저녁. 음악을 통한 한인사회의 하모니가 여운처럼 가슴에 남아 67도의 선선한 샌프란시스코 여름을 만끽하면서 기분좋게 옹기종기 모여 저녁식사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회에 동행했던 친구는 이제 나이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오랜기간 노력을 기울여 자신만의 세계에서 돋보일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했다. 분야에 관계없이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뤄내려면 일단은 분명한 목적하에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을 경주해야 할 터이다. 사실 얼마나 많은 자포자기의 시간이 있을까. 주변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고, 끊임없는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방황도 있을 법하다. 그래서 우리는 당당하게 우뚝 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냄이 마땅하다.
그런데 꼭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만 박수를 받아야 할까. 자기가 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사는 평범한 사람들. 비록 세상에 드러낼만한 업적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삶 자체에 열심인 사람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는 필요하지 않을까. 특별한 칭찬이나 환호는 아닐지라도 성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인정과 따뜻한 격려의 말. 이같은 것들이 우리 일상에서 이뤄지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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