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반란’ 굴욕 후 공식석상 부재, BBC “모스크바 있는지도 불분명”… 안 보이던 국방장관 동영상만 공개
▶ “국민 무관심이 더 큰 위기” 지적, 바그너 환영 등 러 민심 심상찮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24일 밤 무장반란이 종료된 이후 그는 26일 오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체제 단속을 위해 당장 나서는 대신 시간을 두고 리더십 위기를 탈출할 카드를 준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푸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실제 모습을 보인 건 무장반란이 시작된 지 약 13시간 만인 24일 오전 대국민 연설 때였다. 그는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과 반란에 가담한 용병들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국영 로시야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칭하는 러시아의 용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21일 사전 녹화된 영상이었다.
크렘린궁은 26일에도 “푸틴 대통령은 정상업무 중”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미래의 엔지니어’ 포럼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다만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
프리고진이 처벌을 요구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전부터 두문불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이 군부대를 시찰하는 짧은 동영상을 26일 공개했지만 언제, 어디서 촬영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가 임무 중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푸틴의 군대’의 건재함을 알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민심은 심상치 않다. 푸틴 대통령이 걱정해야 할 것은 프리고진이 아니라 이번 반란에 대한 국민의 침묵과 무관심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쿠데타와 혁명의 결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전을 습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전을 지키려고 나서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푸틴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진격한 23일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발적 집회는 거의 없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러시아인들은 평소처럼 생활했다. 바그너 용병들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서방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모스크바는 프리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푸틴은 프리고진을 두려워했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WSJ에 말했다. 미 시사주간 애틀랜틱은 “푸틴이 (장기 집권을 위해) 지난 수년간 배양해온 정치적 무관심의 부작용이 이제 나타났다”며 “민심은 최고지도자의 운명이나 전쟁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프리고진을 배신자라고 부르더니 하루가 가기도 전에 그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약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러시아 독립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편집장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말했다. 샘 그린 영국 킹스칼리지 정치학 교수는 “푸틴이 이전에 했던 방식(배신자와 정적을 잔혹하게 숙청)으로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휘관인 알렉산드르 호다코프스키는 “러시아는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바그너의 반란은 민심을 반으로 갈랐다”고 진단했다.
시간문제일 뿐 ‘피의 숙청’을 푸틴 대통령이 포기할 리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의회 의원인 라덱 시코르스키 전 폴란드 외무장관은 “푸틴은 더 권위주의적이고 더 잔인해질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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