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차 수요 둔화, 세계 반도체 매출 20%↓
▶ 재고소진 예상보다 느려

네덜란드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생산 업체인 ASML 직원들이 제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1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혹한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주요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가 동시다발로 겹치면서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해 매출 43% 증가에 이어 올해는 한 자릿수 초중반대의 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TSMC의 연간 매출이 실제로 줄어들면 이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고객사의 업종 범위가 다양한 데다 ‘선 주문 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특성상 불황기에도 성장을 이어가던 TSMC가 이번 반도체 불황은 피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 불황의 골은 깊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이달 초 올해 2월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7% 줄었다고 발표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실적 발표를 앞둔 인텔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9%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빠른 내림세다.
특히 업계의 재고가 생각보다 빨리 처리되지 않는 분위기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재고량을 조정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재고량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아마도 올 3분기로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처가 늘어난 것이 역설적으로 반도체 불황의 기간과 강도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둔화의 여파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받게 됐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페터르 베닝크 CEO는 현 상황에 대해 “몇 년에 한 번씩 오는 전형적인 침체 주기”라면서도 “다만 이번에는 그 범위가 훨씬 넓다”고 진단했다.
PC 분야의 경우 개인 소비는 물론 기업 투자 둔화로도 직격탄을 맞았다. 리서치 업체 IDC는 올 1분기 PC 시장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쪼그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도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12% 하락해 5분기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분야로 알려진 자동차 산업 역시 올 하반기에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업계에서 대응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다만 AI 수요가 급격해 기술적 대응 여력이 부족한 점 등이 난관으로 지적된다. 씨티의 분석가 아미트 하르찬다니는 “반도체 업계는 최근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하락도 급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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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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