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영국 MI-6에 정보 넘겨…2020년 핵과학자 암살에 관여” 주장
▶ 영국, 이란 검찰총장 제재…전 차관 “극한 상황에서 거짓 자백” 호소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이란 국방부 차관 [로이터=사진제공]
이란 사법부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전 국방부 차관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사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과 이란 이중 국적자인 알리레자 아크바리 전 국방부 차관이 영국 정보기관 MI-6와 내통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아크바리 전 차관이 영국 정보기관에 정보를 넘긴 대가로 180만5천유로(약 24억원), 26만5천파운드(약 4억원), 5만달러(약 6천만원)를 각각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보부는 아크바리 전 차관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그의 스파이 행위를 발각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아크바리 전 차관은 생전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의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미국 등 서방은 일제히 이란 당국의 잔학 행위를 규탄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소름이 끼친다"며 "자국민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야만적인 정권이 자행한 잔인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끔찍한 인권침해를 저지른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며 사형 집행의 핵심에 있는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크바리 전 차관의 이름이 이란에서 억압과 사형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기다란 명단에 추가됐다며 "추악하고 야만적인" 사형 집행을 비판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파리에 주재하는 이란 대사를 초치해 사형 집행에 항의하면서 임의로 억류한 외국인의 처우 등에 관한 국제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하틀리 주영국 미국 대사도 트위터에 "이란에서 영국계 이란인이 처형된 것은 끔찍하고 역겹다"며 "미국은 영국과 함께 이러한 야만적인 행동을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 외무부는 이에 맞서 사이먼 셔클리프 이란 주재 영국대사를 초치해 "파괴적인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구축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외신들은 아크바리 전 차관이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엔과 협력을 주도해 휴전을 끌어냈고,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에서도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민간 싱크탱크를 운영하던 아크바리 전 차관은 2019년 체포된 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사형 선고 소식은 지난 11일 처음 알려졌다. 이란 국영 언론들은 이튿날 아크바리 전 차관이 죄를 자백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편집된 영상 속에서 아크바리 전 차관은 "그들(영국 정보당국)은 상황에 따라 이란 고위 관리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파크리자데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모센 파크리자데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이끈 과학자로, 2020년 11월 테헤란 교외의 한 도로에서 기관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이란은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었다.
하지만 이란이 반체제 언론으로 지정한 'BBC 페르시안'은 지난 11일 수감된 아크바리 전 차관이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그의 목소리가 담긴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크바리 전 차관은 "3천500 시간 넘게 고문을 당하고 약물을 강제 투약받았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이란지부는 영국 정부에 아크바리 전 차관이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고, 이란 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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