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네가 가지고 간
나
잘 있니?
처음 만나 하얗게 웃던 치아들
바람 속에 빛나던
벌거숭이 나무들
온몸으로 휘달리는 눈펄 속에
지금도 기다리고 있니
깊은 계곡을 배회하는 산짐승 소리로
찾아 헤맸지만
무슨 새가 와서 쪼아먹어
빗살무늬토기처럼 상처만 무성한 나
어디까지 데리고 갔니
처음 그날부터 지금까지
어떤 옷도 걸치지 않아
늘 추운 나
네가 가진 나는 누구였니?
어느 의자에 앉아 건너 숲을 보고 있니?
깊은 눈망울 속에서 나 어떻게 사라져 가니?
‘나 잘 있니’ 문정희
제가 가져온 당신은 잘 있고말고요. 갓 빚어낸 무문토기처럼 둥글고 매끄러운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지요. 그 뒤의 당신을 본 적 없으므로 당신은 언제나 빛나는 한 컷으로 인화되어 있지요. 당신이 가져간 나도 잘 있나요? 젊고 패기 넘치던 내게도 수많은 새들이 다녀갔지요. 나는 유약도 없이 낮은 온도에서 구워낸 토기인 걸 잊고 세상의 날카로운 부리들과 맞섰지요. 여기저기 긁히고 갈라져 틈새가 생겼지요. 이제는 알곡이 아니라 바람을 담고 있지요. 깨져도 오래 날카로운 도기보다 산산이 부서져 흙이 되는 토기인 것이 좋아요. 씨앗을 품어 우뚝한 그늘을 세울게요. 당신은 새 잎으로 오셔요. 반칠환 [시인]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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