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사람이 많이 눈에 띄면 야생동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지만 찾는 사람이 극히 적은 알래스카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도 이 말이 사실임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교호작용 전문 연구자인 워싱턴대학(UW) 환경대학원의 로라 푸르 부교수는 몇 년전 국립공원 관리국으로부터 “사람들이 골칫거리”라는 말을 듣고 엄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총 320만 에이커의 공원에 연간 관광객이 고작 4만여명이고 그나마 그중 94%는 크루즈나 경비행기로 둘러보는데 그들 때문에 야생동물들이 모습을 감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원국의 요청으로 2년간 여름철에 현장 실사에 나선 푸르는 10개 지점에 동작감지 카메라 40대를 설치하고 늑대, 흑곰, 갈색곰, 무스 등 공원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의 행태를 조사했다.
조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기척이 있을 때 카메라에 찍힌 야생동물 수가 1주간 5마리 이하였고 깊은 산중에선 스키어 등 행락객이 주간 40명 수준일 때 야생동물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푸르는 사냥이 아닌 야외활동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은 ‘떠오르는 연구 분야’라며 일부 포유동물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 야행성으로 변했고, 울버린과 빅혼은 스키어들이 다니는 뒷산 코스를 떠났으며 레인디어 사슴은 스노모빌보다도 스키어들에게서 더 멀리 달아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스는 사람들이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이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사람 근처에 있으면 늑대 같은 포식자들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스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의 조을 버거 교수는 이를 ‘인간방패 가설’로 명명했다며 동물들이 이를 어떻게 터득하는지 밝혀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푸르 교수는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키도, 등산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뜻이 아니라면서도 야외활동이 사람들에겐 평화롭게 보일지라도 야생동물들엔 어차피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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