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블론드’(Blonde) ★★★½ (5개 만점)
▶ 한 여인의 삶을 사실과 허구 섞어…어둡고 성적 욕망 대상으로 부각, 오히려 몬로 비하하는 결과 낳아
몬로와 극작가 남편 아서 밀러가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할리웃의 전설적 글래머 수퍼 스타 마릴린 몬로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전기영화로 뭇 남성의 동경의 대상이요 대중문화에 의해 정의 내려지고 판단된 한 여인의 삶을 통찰력 있게 다루고는 있지만 상영시간 166분이나 진행되는 이야기가 일관성이 부족해 몬로의 삶을 조각조각 식으로 짜깁기해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앤드루 도미닉은 몬로의 삶을 사실과 허구를 섞어 서술하면서 몬로에게 바치는 헌사로 만들려고 한 흔적이 뚜렷한데 영화가 너무나 몬로의 삶의 어두운 면과 뭇 남성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부각돼 오히려 몬로를 비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화면에 재생된 몬로의 굴곡이 많고 파란만장한 삶을 본다는 야릇한 흥미는 있어 관람을 권할 만은 하다. 영화는 마치 몬로가 자신의 음성으로 자기 내면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표현돼 때론 초현실적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들고 몽환에 빠져드는 감마저 있다. 도미닉의 야심과 정열이 감지되긴 하지만 그의 진지성과 열정이 오히려 옆길로 새나간 듯한 결과를 낳았다.
영화는 몬로 역의 아나 데 아르마스의 나체 장면과 오럴 섹스 장면 때문에 17세 이하는 관람할 수 없는 NC-17 등급을 받았다. 여러 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뛰어난 점이 데 아르마스의 연기다. 그는 영육의 모든 힘을 다 동원해 화면에 몬로로 변신해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데 아르마스가 연기하는 몬로의 특이한 걸음(엉덩이를 돌려가면서 걷는 ‘몬로 워크’)과 허스키한 음성 그리고 얼굴 표정 등이 죽은 몬로가 환생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전연 몬로를 닮은 얼굴이 아닌 데 아르마스의 얼굴을 몬로의 그 것처럼 만든 분장 술도 훌륭하다.
영화는 본명이 노마 진인 몬로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보고 할리웃의 스타라고 말하는 노마의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글래디스(줄리안 니콜슨)가 병원에 들어가면서 노마는 고아신세가 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노마는 사진으로 밖에 못 본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스타가 돼서도 자기 애인들을 ‘아빠’라 부르면서 ‘아빠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노마는 할리웃에 진출해 스튜디오의 고급간부들에게 몸을 빼앗기는 대신 역을 얻기 시작한다. 할리웃에 의해 마릴린 몬로로 변신한 노마는 금발미녀의 대명사가 되면서 영화에 공연하는 남자 배우를 비롯해 뭇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몬로와 그의 남자들의 관계가 영화의 골격이다 시피한데 몬로의 남편들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인 양키즈의 슬러거 조 디마지오(바비 카나베일)와 유명 극작가 아서 밀러(에이드리안 브로디)가 나온다.
빅 스타의 영광이 주는 스트레스와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에 시달리는 몬로는 약물과 술에 절어 살다시피 한다. 몬로의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셔널 인물이 케네디 대통령(캐스파 필립슨). 케네디가 몬로를 백악관의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전화를 하면서 섹스 접대를 받는데 케네디는 몬로를 마치 창녀처럼 취급한다. 그 모습이 동정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영화에는 몬로가 나온 ‘나이애가라’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및 지하철 통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흰 스커트자락을 날리는 유면한 장면이 있는 ‘7년만의 외출’ 등의 장면들이 재연된다. Netflix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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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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