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양로원에서 연락이 왔다. 할머니 한 분이 아무래도 오늘 안으로 돌아가실 것 같다는 소식에, 이미 서너 차례 병원과 양로원에서 뵈었던 터라 남의 일 같지 않은 느낌으로 헐레벌떡 양로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시내에서 약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양로원은 숲이 우거지고 공기가 맑아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마당에 정자를 세우고 고깃국을 푹 고울 수 있는 화덕에다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한켠에는 각종 야채를 키우는 밭도 있다. 그곳에 옹기종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함께 거하는 양로원. 사실 치매가 시작된 분들이 다수 계신 탓에 때론 규율이 무너져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 분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 처하면, 누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자신들에게도 다가올 마지막 순간을 대하듯 조심스런 분위기는 바로 형성된다.
그 할머니의 죽음은 결국 양로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들었다. 병원이 아닌 그룹홈에서 돌아가신 경우 경찰이 와야 하고 검시관이 사망 관련한 부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서 급해진 마음 달래며 서둘러야했다. 이윽고 도착해서 할머니 침대에 다가선 순간, 난 2년 전에 그 장소에서 돌아가신 내 엄마를 떠올렸다. 그분도 엄마처럼 작고 조그만 몸집이었는데,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식사를 하셨건만 오늘은 아침 우유 한잔만 드시고 식사를 못한 채 기운을 잃어가는 중이었다고 했다. 오후가 되면서 점차 할머니 몸이 차가워지길래 따뜻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드렸고, 다른 분들의 저녁식사로 인해 잠시 후 돌아와 보니 이미 숨을 멈추셨다는 게다. 핏기가 전혀 없는 하얀 얼굴. 섬뜩한 느낌의 차가운 손. 갑자기 멈춰버린 순간의 공허한 무표정. 죽음은 그렇게 훅 찾아온 것이다.
노년의 죽음뿐 아니라 코로나 혹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찾아오는 죽음 등, 사실 우리 곁에는 죽음이란 녀석이 혀를 낼름거리면서 생명을 취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예고없이 누구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예쁘게 정리한 시가 생각이 났다.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세상의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없는 하나로 나는 나의 꽃,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 한 모퉁이의 한 점 빛으로 짧은 목숨 마감하는 날까지 순한 꽃잎으로 살자...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을 간단하게 정리한 정연복 시인의 말에 공감하며, 난 예견된 나의 미래를 향해 꽃잎이 되고 싶어진다. 담담하게, 정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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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김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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