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올 김용옥이 사인을 해서 홍준표 의원에게 보낸 책이 헌책방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안대희 당시 대법관에게 보낸 자서전이 헌책방에 나온 것도 화제가 되었다.
선물이라는 것이 일단 주고 나면 소유한 사람의 권리에 있는 것이지만, 선물에 담긴 사람의 마음 때문에 책에는 복잡한 물성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저자는 글이 아닌 책에는 의도적으로 애정을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나도 책에 있는 이런 특별한 물성을 좋아한다. 책을 선물하는 것도 받는 것도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선물로 받은 책들은 취향과 상관없이 소장한다. 연애시절, 남편에게 가장 먼저 선물했던 것도 책이었다. 책을 선물하면 책날개에 사인하는 재미가 또 맛이 아니던가. 선물을 받았을 때 책날개에 주는 이의 메모가 없으면 왠지 허전할 정도다.
책 선물에 대한 추억과 로망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 결혼을 앞두고 이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내가 습관대로 책을 한 권 사서 갔다. 지금 생각하면 빵이나 살 것을 왜 책을 샀나 싶은데 그때는 불행하게도 옆에서 이를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책을 한 권 사 왔다고 내밀었는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나 책 안 읽는데…”였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지금껏 살면서 책 선물하고 받은 반응 중 단연 최고였다. 한번은 조카의 생일에 무슨 선물을 살까 고민을 하다가 클래식 명작을 샀다. 그 당시 우리 아이는 돌쟁이였지만 훗날 조카의 나이가 되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사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러나 그 선물을 본 남편은 말했다.
“난 어렸을 때 책 선물해주는 사람이 제일 싫었어. 아이들에게 책은 선물이 아니야.”
그런데도 시댁 형님께는 결혼 첫해부터 지금까지 17년째 책을 선물하고 있다. ‘올해는 무슨 책을 선물할까?’ 고민하는 기쁨과 책날개에 편지를 쓰는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다.
매년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내는 경매 낙찰금액이 화제가 된다.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의 기술을 모두 포기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들과 점심을 함께할 수 없다면 책을 통해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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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 한울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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