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하루히코는 2013년 3월 일본은행 총재로 취임한 후 금융완화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취임 직전에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로다는 돈을 과감히 풀어 2년 이내에 2%의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겠다고 장담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구로다 바주카포’라고 이름 짓고 적극 환영했다. 돈이 엄청나게 풀리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급상승했다.
구로다는 2012년 12월 재선출된 아베 신조 총리의 추천으로 일본은행 총재가 돼 ‘아베노믹스’를 실현하는 돌격대장 역할을 했다. 금융완화, 재정완화, 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 중 가장 중요한 금융완화 정책을 담당한 것이다. 그는 본원통화를 2년 동안 2배로 늘리는 대담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일본은행이 직접 국채는 물론 회사채·기업어음까지 사들이며 통화량을 늘렸다.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까지 도입했다.
후쿠오카현 출신인 그는 도쿄대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경제의 사령탑인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도쿄대 재학 중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그는 대장성 요직과 아시아개발은행 총재까지 거치며 카리스마도 갖췄다.
2018년 57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까지 됐던 구로다 총재가 29일로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을 세웠다. 그가 재임했던 8년 반 동안 주가는 2배가량 올랐고, 일본 기업의 이익이 늘고 고용 여건도 개선됐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목표로 내세웠던 2% 물가 상승률은 아직 요원하다. 잠재성장률은 0.8%에서 0.2%로 추락했다. 구로다는 재임 초 일본 경제 부흥을 꿈꿨지만 여전히 경제는 불투명하다. 일본이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쏟아낸 과잉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돼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돈을 풀면 무조건 성장한다는 잘못된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도 재정 포퓰리즘의 늪에서 벗어나 구조 개혁을 하면서 효율적 재정 정책을 펼쳐야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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