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심리상담 하듯이 일기를 썼다. 그림도 그려 넣었다. 일기를 통해 난 어린 내 자신이 고민들을 잘 이겨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난주 월스트릿 저널 기사에 익스프레시브 라이팅(Expressive Writing)이란 것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근거있는 설이 나왔다. 그냥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아주 솔직하게 어떤 충격이나 고민에 대하여 15분 동안, 최소 3일 동안 연속으로 쓰라고 권한다. 문법이나 철자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차근차근 글로 감정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앨리스 워커의 ‘컬러퍼플(The Color Purple)’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친아버지에게 학대받다 한 남자한테 팔려가 노예처럼 자란 여자의 일기가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앨리스는 문법도 못 배웠고 단어도 많이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일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혔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까지 만들어서 너무나 많은 감동을 남겼다. 솔직한 그녀의 감정 표현이 화려한 테크닉 없이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독일 나치들을 피해 다락방 생활을 하던 앤 프랭크의 집이 박물관으로 남아있다. 빽빽이 줄지어 들어가는 관광객 때문에 그녀의 영혼을 느끼기엔 너무 복잡하다. 초라하고 좁아터진 은밀한 방에 갇혀 천장에 뚫린 창 밖 하늘을 보며 매일 일기로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인터넷도 TV도 없이 오직 상상으로만. 그녀 역시 아무것도 보지도 배우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고 영원히 우리에게 남았다.
그런데 난 중학교 때 엄마가 내 일기를 봤다는 걸 알고 난 후 늘 누군가에게 들킬 것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쓴 것 같다. 지금도 누가 읽고 어떻게 평할지에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본다.
몇 년 전 글 쓰는 것에 너무나 예민해진 나는 왜 내가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그런데 어느 선생님이 “글은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아하’의 순간이었다. 난 평생을 남들의 비평이 두려워 글쓰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어리석은 일이다. 누가 읽거나 말거나 나의 글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제라도 익스프레스 라이팅을 시작해봐야겠다. 좀더 솔직한 나에게 주는 선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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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홍 /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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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외의 대화라 나는 말 하고싶군요, 어떤이 들이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고 이기 주위인 생활이 전부인양 배운 서양방식의 생활 철학이 내 말을 나와 같이 다소곳이앉아 들어주겠습니까요 그래서 글 일기는 나와의 대화 자연과 하늘과의대화라 하겠습니다.
“나의 글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