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바리야푸르의 가디마이 신전. 이곳에서는 힌두교 여신인 가디마이를 기리기 위해 5년마다 축제 아닌 축제가 벌어진다.
가디마이 축제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26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디마이 신전을 세운 바그완 초우드하리는 가디마이 여신이 그를 감옥에서 풀려나게 해주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대가로 피를 원한다는 꿈을 꿨다. 여신은 인간의 희생을 원했지만 바그완은 동물을 썼다. 지금도 힌두교도들은 가디마이 축제 때 동물의 피를 바치면 재앙을 막고 소망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네팔은 물론 인도에서까지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이유다.
가디마이 축제는 종교적 행사지만 악명이 높다. 축제 때 사용되는 동물의 70%는 인도에서 온다. 규모가 가장 컸던 2009년에는 50만마리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다. 2014년에는 3만마리에서 많게는 20만마리가 제물로 바쳐졌다. 세계 최대의 동물 희생제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잔인성이다. 동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벌판에서 안타까운 죽음의 광경이 이어진다. 보통 큰 칼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하는데 날이 무뎌 한 번에 목숨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의식이 끝난 뒤에는 폭격을 맞은 듯 수백~수천마리가 같은 공간에 목숨을 잃은 채 누워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에서 벌어지는 역설적 생명경시의 현장이다.
그런 가디마이 축제가 3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다. 염소와 쥐·닭·돼지·비둘기를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물소만 수천마리가 죽었다고 BBC는 전했다. 2015년 가디마이 신전이 신자들에게 축제 때 더 이상 동물을 데려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사원 밖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인도 정부가 네팔로 불법 동물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올해에는 상인들까지 단속했지만 정작 네팔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가디마이 축제를 기복신앙이라고 보기에는 인간의 이기심이 너무 큰 것 같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각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문화상대주의’를 주장하지만 그러기에는 가디마이 축제의 잔혹함이 너무 과도하다. 마침 현지에서도 여신에게 동물 대신 꽃과 음식을 바치는 방안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5년 뒤에는 전통을 잇되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축제로 승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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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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