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원주민 이누이트족에게는 일각고래와 관련된 오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이누이트족의 한 여인이 바다로 나가 작살로 일각고래를 잡으려다 밧줄이 허리에 감기는 바람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일각고래로 변했다는 얘기다. 일각고래의 긴 뿔도 여인의 머리카락이 꼬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일각고래의 영어 명칭인 ‘나월(Narwhal)’이 고대 북유럽어 ‘시체(nar)’와 ‘고래(hvals)’에서 유래한 것이나 살코기에 독이 들어 있다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진 것도 이런 전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일각고래는 수온이 차가운 북극해에 사는 중형고래로 길이는 최대 5.5m, 수명은 50년 정도다. 1577년 영국 탐험가인 마틴 프로비셔가 인도 북부를 탐험하다가 어느 섬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고래의 가장 큰 특징은 뿔처럼 보이는 뾰족한 엄니로 최대 3m까지 길어져 ‘바다의 유니콘’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됐다.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로마인들은 일각고래를 전설 속의 유니콘이 실존하는 증거라며 숭배해 바이킹족들로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예로부터 일각고래의 이빨은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중세시대에는 ‘유니콘의 뿔’이라고 불리며 만병통치약으로 여겼고 마력을 갖춘 부의 상징으로 인식돼 같은 무게의 금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은 일각고래의 이빨을 당시 성 한 채 가격인 1만파운드에 사들여 보석 왕관과 함께 소중하게 보관했고 러시아 황제 이반 4세는 다이아몬드·루비 등으로 장식된 일각고래 이빨을 수집하는 데 열을 올렸다. 독살을 두려워하던 유럽 귀족들은 일각고래의 이빨이 독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며 고가에 사들여 술잔으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2013년 영국의 한 경매에서는 일각고래 이빨 하나가 3만6,000파운드에 팔리기도 했다.
얼마 전 영국의 런던브리지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하자 한 시민이 다급한 나머지 홀에 전시된 일각고래 이빨로 맞서 테러범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외신들은 수세기 동안 유럽인들이 찾아 헤매던 ‘유니콘의 뿔’이 마침내 역사적 힘을 발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물로 여겨졌던 일각고래가 최근에는 무분별한 남획과 자연환경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미지의 북극해까지 뻗치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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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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