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은 더 커진다고 했던가. 2011년 가을, 이곳에 살고 있던 제프 렉스데일이라는 39세 남자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던 그는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 구조신호를 보냈다. 노란 종이 한 장에 자기 전화번호와 간단한 문장 하나를 적어 맨해튼 곳곳에 붙인 것이다.‘뭐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저에게 전화하세요. 외로운 제프.’ 그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 몇 명의 대화상대라도 생기길 바라던 그에게 실제 연락을 한 사람은 무려 7만 명. (중략) 자신도 외롭다는 하소연과 함께 힘내라는 응원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서은국,‘행복의 기원’, 2014년 21세기북스 펴냄>
가끔 너무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외로운 제프에게 걸려왔을 7만통의 전화를 떠올린다.
외로운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고, 인간은 이렇게도 외로움을 타는 존재라고, 또한 그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약간 안심이 된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철학적·당위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행복’을 과학적으로 고찰한 학자다.
흔히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들 하지만,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행복해지려고 애쓰도록 세팅된 동물이다.
즉,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실감이 없으면 우리는 진화론적으로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뭐든 대화하고 싶을 때마다, 그러나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마다 외로운 제프를 생각한다.
그의 전화를 뜨겁게 울렸을 7만가지의 외로움을 생각한다. 잊지 말 것. 외로움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는 제프처럼 최선을 다해 기어 나와 구조신호를 울려야 한다.
사람 곁으로 가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사람뿐이므로.
<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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