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중국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생들이 전통의복인 ‘한푸(漢服)’를 널리 소개한다며 시내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정작 한푸를 알아보지 못한 채 오히려 한국의 한복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당시 한류 드라마 열풍으로 한복을 많이 접한 까닭도 있겠지만 중국 내에서 한푸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한푸는 한족 고유의 전통의상으로 한장(漢裝)·화복(華服)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대 삼황오제 시절부터 짐승의 털이나 마를 이용한 옷을 입어왔는데 하나라와 상나라 시대를 거치며 기본형식을 갖춰 한나라 때 비로소 의관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한푸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관모에 치마 형태의 복식·요대·매듭 사용이 주요 특징이다. 옷깃을 교차해 우측으로 여미고 매듭으로 묶는 모양새가 우아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누구나 착용하기 편하도록 길이가 발목까지 이르는데 오행사상의 영향을 받아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을 주된 색상으로 사용했다.
또 화초나 동물 문양, 기하학 문양을 통해 정교한 아름다움은 물론 인물의 성격까지 암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푸는 당나라 시절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치마허리를 가슴 부위까지 올려 매고 옷깃도 점점 넓어져 가슴과 어깨를 드러냈다.
당시 귀족 여성들도 소매 없는 의상을 입으라는 법령이 공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나라 시절에는 한족 사람들도 만주족의 전통의상인 만복을 입거나 치파오(旗袍)를 강제로 입어야 했다. 문화대혁명기에는 악습으로 몰려 탄압을 받아야 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다며 내부적으로 한푸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광지나 거리에서 한푸를 입은 이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전문 판매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몽’을 앞세운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화 민족주의의 부활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세계적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은 견제와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열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늘의 중국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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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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