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런 행운을 누려본 적이 없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프랑스 소도시 아를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고흐는 말년에 이곳에서 1년 동안 머물면서 ‘해바라기’ ‘노란집’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 병원의 정원’ ‘밤의 카페 테라스’ 등 300여점의 명작을 남겼다.
고흐는 동료 화가 폴 고갱과 아를의 ‘노란집’에서 같이 지내기도 했으나 성격과 그림에 관한 입장 차이로 두 달 만에 헤어졌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 있으며 인구 5만여명의 소도시다. 론강 하류에 있으며 지중해와 가깝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를에는 고흐가 서성대던 카페와 골목길, 병원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를의 풍광을 신비롭게 덧칠하는 것은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다. 아를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인들이 세운 작은 상업도시였다.
기원전 2세기 로마군 기지가 세워졌으며 기원전 103년 지중해와 연결되는 운하가 건설됐다.
기원전 1세기께 지어진 원형 경기장, 극장, 지하 회랑 등은 고대 지중해 문명의 증거로 여겨진다.
원형 경기장은 관객 2만5,000명을 수용할 정도로 웅장하다. 11~12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생트로핌 대성당 등은 중세 도시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고대와 중세 문명을 대표하는 아를의 건축물과 기념물은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됐다.
많은 예술가들은 아를의 햇살을 놓치지 않았다. 알퐁스 도데는 희곡 ‘아를의 여인’을 썼고 작곡가 조르주 비제는 여기에 곡을 붙였다.
고흐가 사랑했던 도시 아를에 ‘이우환 미술관’이 내년 문을 연다. 한국 화가 이우환을 기념하는 재단은 2018년 아를의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16~18세기 저택 ‘오텔 드 베르농’을 매입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미술관으로 개조해달라고 맡겼다.
지난해 프랑스를 찾은 해외 관광객은 8,900만명으로 세계 1위였다. 소도시의 역사적 숨결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공을 들이는 프랑스를 보면서 우리 관광산업의 문제를 복기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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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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