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은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에 살던 우두머리 사자다.
커다란 체구와 풍성한 갈기는 위엄이 넘쳐 관광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6마리의 암사자를 거느린 채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였지만 2015년 7월 공원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극이 시작됐다.
짐바브웨는 국립공원 내에서는 사냥을 금지한다. 사냥 가이드가 코끼리고기로 유혹해 세실이 공원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했고 현장에서 기다리던 미국인 치과의사는 방아쇠를 당겨 그토록 갖고 싶던 사자 머리를 얻는 기쁨을 만끽했다.
세실이 죽은 지 2년 뒤에는 새끼인 6살 수컷 ‘산다’가 아빠와 똑같이 공원 경계구역 바깥에서 희생됐다.
세실이나 산다의 경우처럼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트로피사냥’이라고 한다.
머리·뿔 등 사냥한 동물의 사체 일부는 경기에서 이긴 사람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처럼 여겨진다. 사자 부자의 비극이 발생하자 트로피사냥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짐바브웨 정부는 이런 사냥이 합법임을 강조하며 금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로피사냥을 통한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트로피사냥을 하려면 대개 사자는 수만달러, 기린은 수천달러 정도 든다. 짐바브웨 정부는 매년 동물별로 쿼터를 정해 사냥 면허를 팔고, 여행사는 이 면허로 패키지 상품을 만든 뒤 관광객에게 판다. 주로 아프리카 초원에서 벌어지던 트로피사냥이 요즘에는 북극까지 번졌다. 영국 일간 미러지는 최근 몇년간 트로피사냥으로 죽임을 당한 북극곰이 5,000마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가 플로리다에 사는 한 남성에게 그가 탄자니아에서 사냥한 사자의 가죽·두개골 등을 미국으로 반입할 수 있게 허가했다.
사자의 사체 반입이 허가된 것은 2016년 1월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에 따라 사자들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동물단체가 즉각 거세게 반대했지만, 미 행정부와 사냥단체는 “사냥은 야생동물 보호와 관련된 자금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을 죽인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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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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