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이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어떤 형태의 회담에도 응하겠다고 제안한데다 청와대와 여당이 긍정 검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언급하며 “위기 상황에 정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면 우리 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 또는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담’을 요구해왔던 황 대표가 여권이 제안했던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담’ 형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가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수락한 것으로 보여 환영한다”며 “대통령과 5당 대표가 모여 남북 판문점 회동, 일본 경제 보복 대응 등 현안에서 초당적 논의를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의논해 의제나 일정, 방식을 주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5당의 사무총장들은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의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 일정을 확인해야 하지만 5당 대표들 입장에서는 18일 정도가 제일 낫다”면서 “일본 무역 보복 문제 대책을 주 의제로 논의하자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 의제 설정이 회담 성사 여부를 가름하는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황 대표가 요구한 외교 라인 교체와 이 대표가 언급한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 등을 의제로 다룰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회담이 실제로 열릴 경우 어떤 해법에 합의하느냐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여야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처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론을 모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전문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 대표들은 반일 여론에 편승해 과거 지향적이고 감정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죽창가를 SNS에 올리고,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국채보상운동’을 거론한 것 등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행태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한일 관계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미래지향적·실용적 해법을 제시하고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