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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로이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에는 ‘임시’ 꼬리표가 붙어 있다. 법당도 임시, 스님이 머무는 거처도 임시다. 둘 다 한 집이다. 스님은 그 집 본체에 살고 법당은 그 집 차고에 차려져 있다. 대승사가 산타클라라 주택가를 벗어나 길로이로 옮긴 것은 작년 9월 말이다. 임시법당 첫 법회는 작년 10월에 열렸다. 산타클라라 대승사 개원(1997년 11월) 21년만의 외출이었다.
본래 대승사 임시법당이 있어야 할 곳은 지금의 학교 옆 주택이 아니다. 이전불사를 위해 재작년 8월(5에이커)과 작년 1월(8에이커)에 매입한 드넓은 곳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더라면.
대승사는 작년 2월 17일 새 부지에서 임시법당 기공법회까지 봉행했다. 허가만 떨어지면 곧장 공사에 들어가 후다닥 막사형 임시법당을 짓고 작년 여름부터 그곳에서 법회를 볼 요량이었다. 스님은 컨테이너 막사에 살면서 공사를 감독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참이었다.
차질이 생겼다. 산타클라라를 떠나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공사허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별수없이 지금의 주택을 임대해 임시법당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해남 대흥사에 있을 때부터 남다른 추진력과 사업수완으로 문화사업단 산하 영농조합법인을 성공리에 이끌어 산문 밖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였던 설두 스님은 일을 못해 좀이 쑤신다. 렌트비 등 쌩돈이 나가는 것도 못내 아깝다.
진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겉으론 답보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속으론 상서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관할카운티가 최근 공사허가신청서상 설계도면 일부축소 등 시정지시를 내렸다. 스님은 곧 공사담당자에 의뢰, 수정도면을 제출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관할당국이 신청서를 처리중임을 보여줬다는 것은 위안이다. 수정도면이 통과되면 공청회 등 공사허가를 위한 후속작업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있다. 법당 공사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일부 신도들은 산타클라라 대승사 매각비용으로는 턱없이 모자랄 게 뻔한 공사비를 우려하지만 설두 스님은 2차로 사들인 마늘밭 8에이커를 되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등 몇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
2014년 6월 대승사 주지 소임을 맡은 지 만 5년, 이전불사가 당초 바람보다 한참 뒤졌지만 설두 스님의 청사진에는 변함이 없다. 법회나 행사 때 잠깐 들르는 대승사가 아니라 도반들과 함께 사는 생활공동체형 도량으로 가꾼다는 꿈이다. 첫 삽질도 못한 까닭에 당장은 꿈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스님은 “이 모든 것은 내 일이 아니라 부처님 일”이라며 “부처님을 믿고 기도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기자가 최근 대승사를 찾았을 때도 스님은 법당에 홀로 앉아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염불기도 삼매경에 들었다가(사진) 낮 12시 정각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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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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