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늘을 있게 한 출발점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역설한 이론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인민을 잘살게 하면 제일이라는 뜻이다.
흑묘백묘는 정치적으로는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라는 뜻을 지닌 ‘일국양제(一國兩制)’와 연결된다. 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를 공존시키는 것이다. 이는 홍콩과 마카오 통치 원칙이며 대만과의 통일 원칙이다.
일국양제 개념의 윤곽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8년이다. 덩샤오핑은 그해 12월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체제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은 1982년 ‘일개국가 양종제도(一個國家 兩種制度)’라는 설명과 함께 일국양제를 공식 용어로 처음 썼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본격 적용됐다. 중국과 영국은 반환 협상에서 홍콩에서 5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합의했다.
1999년 마카오가 포르투갈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하지만 중국은 당초 약속과 달리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원 선거에 개입해 친중파를 심는 등 내정에 개입했다.
이에 2014년 홍콩 주민 18만명은 거리로 나와 폭우 속에서 우산을 펼쳐 들고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같은 해 마카오에서도 2만명이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최근 들어 중국의 일국양제가 또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홍콩과 대만 내부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홍콩 시민 100만명은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려는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미국 국무부는 “홍콩의 일국양제가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했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명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해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 미국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거대한 중국이 분열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미중이 사이 좋을 때 형성된 ‘하나의 중국’과 ‘일국양제’ 원칙이 미중 무한경쟁 시대에 어떤 식으로 변모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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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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