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담한 동남아 여성 2명 말레이, 설명없이 모두 석방
▶ 김, 방문목적·행적도 의문

김정남 살해 사건의 마지막 구금 용의자인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가운데)이 다음달 석방을 앞두고 1일 활짝 웃으며 말레이지아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베트남인 여성 도안 티 흐엉이 1일 살인 혐의를 벗고 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다음달 초 석방되게 됐다. 그와 함께 구속재판을 받던 유일한 피고인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는 지난달 11일 공소취소와 함께 풀려났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5월 초가 되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던 인물들은 전원 자유의 몸이 된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정남 암살사건을 지시한 배후의 실체는 영원히 미궁으로 남게 될 판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사건의 배후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못 했는데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관련 재판도 싱겁게 끝나 김정남 암살은 북한 정권의 공작 의혹을 풀지 못한 채 영구미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산적해 있다.
■순진한 희생양? 음모 가담자?
지난 2017년 2월13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 들어선 김정남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여)에게 앞뒤로 둘러싸였다.
시티가 김정남에게 말을 건 뒤 그를 향해 팔을 뻗었고, 흐엉은 그 틈을 타 뒤에서 손을 뻗어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랐다. 불과 몇초 만에 임무를 마친 두 여성은 곧바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다. 당시 숨진 김정남의 얼굴에서 검출된 VX의 농도는 치사량의 1.4배에 달했다.
당시 현지 경찰은 최소 8명의 북한인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 경찰에 체포된 인물은 약학과 화학 전문가로 알려진 리정철(48)뿐이었다. 시티 등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된 ‘순진한 희생양’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왜 모두 석방했나
말레이시아 검찰은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갑자기 동남아 여성들의 공소를 각각 취소하고 변경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범 격인 북한인 용의자들을 모두 놓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동남아 여성들에게 살인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가는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를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반박했지만, 지난달 11일 시티의 공소를 취소하고 전격 석방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사람이 처음에는 속아서 관여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범행계획을 알게 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정남 말레이시아에 왜 갔나
또 하나의 의문은 김정남이 사건 당시 왜 말레이시아를 찾았는지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자는 “김정남이 2017년 2월9일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인 랑카위에서 한 미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후 가족이 있는 마카오로 돌아가려다 살해됐고, 그의 가방에선 12만4,000달러 에 달하는 100달러짜리 신권 다발이 나왔다. 현지 경찰은 김정남이 갖고 있던 노트북에 문제의 남성을 만난 당일 USB 저장장치가 삽입된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사망 당시 김정남은 USB 저장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 신문 등 일부 외신은 김정남이 접촉한 남성이 태국 방콕에 머물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라면서 김정남이 정보를 건네는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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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살육으로 잡은 정권 피살로 끝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