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바지’ 란 말이 무슨 뜻으로 쓰이던가? 구글을 해봤다. 여러가지 해석 중에 <1. 솜을 두어 지은 바지. 2.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바로 2번이 내가 찾던 뜻과 비슷하다. 여기에다 예의가 없다까지 덧붙여야 한다.
뉴욕한인회가 주최하는 제59회 ‘코리안 아메리칸 갈라 ‘ 행사엘 갔다가, 화려한 플라자 호텔 로비를 걸어 나오면서 떠오른 생각이 ‘한국사람 아직도 핫바지 못 벗는구나’ 였다. 사회인이라면 지켜야 할 가장 상식적인 사회규범을 아직도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핫바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흔히 이곳 한인들의 사고방식은 이민 올 때 한국의 시대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고들 하는데, 이 날 가장 핫바지였던 사람은 오래 전 한국을 떠나온 이민자들이 아니라 며칠 전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들이었다.
우선은, 뉴욕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잔치인 이 자리에, 요즘처럼 심하게 나라가 둘로 나뉜 상황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초대된 것에 놀랐다. 혹시 뉴욕한인회 행사 참석을 해외여행의 건수로 잡아 온 것일까. 그렇다해도 적어도 초대된 행사 성격에 충실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뿐이 아니다.
한국 뉴스를 통해 얼굴이 익은 5명의 국회의원들은 연회장 한 가운데 길게 마련된 자리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앉아 있다가, 중간에 우루루 다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1세, 1.5세, 2세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던 40대의 입양인 여성까지 모두 혀를 찼다. 혹시 한국의 김영란법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절한 모습은 아니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이민자들의 수상식은, 연회장 뒷자리 테이블이 텅 빈 상태에서 어수선 하게 치루어 졌다.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고 나가는 건,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이나, 70년대 한국을 못 벗어난 일부 한인들이나 비슷했다.
그러나 한 가지 얻은 건 남의 나라에 당당히 뿌리내리어 각 분야에서 독특한 재능과 끈기와 노력의 산 결과인 수상자들의 값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남의 나라, 남의 가정에 와, 남으로 살면서 온몸으로 겪어낸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 나의 친지의 수상소감은, 직함에 맞지 않게 연예인이나 되는 듯 요란하게 차려입은 한인 인사, 자유당 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국 정치인들, 식사하고 나면 의례 행사장을 떠나는 한인들, 이 모든 핫바지들 속에서, 은은하게 긴 울림으로 울려왔다.
한국 전쟁당시 그 누구 보다 헐벗은 꼬마 핫바지였던 친지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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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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