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월가에서는 기습작전을 진두지휘한 데번 샤르마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을 본떠 ‘샤르마 쇼크’라는 말이 나왔다. 인도 출신의 경영학박사인 그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메이저 신용평가사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인도가 미국에 크게 한방 먹였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글로벌 산업계에서 인도 출신 CEO들의 약진이 무섭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시작된 인도계 CEO들의 부상은 금융·제조·항공 등으로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나 어도비시스템의 샨타누 나라옌, 18년간 펩시를 이끌었던 안드라 누이 등이 대표주자다.
인도 CEO의 춘추전국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은 주로 인도공대(IIT)나 마니팔공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미국 명문대로 진학해 컴퓨터 관련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9,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IIT는 ‘인도의 MIT’로 불릴 만큼 인재의 산실로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30%가 인도계라는 사실도 든든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인도인들은 자국 CEO들의 성공비결을 ‘주가드(Jugaad)’라는 말로 설명한다.
주가드는 인도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힌두어로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내 이를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인도가 다양한 종교와 인종·언어·사상이 공존하는 지역이어서 일찍이 포용성과 신뢰의 리더십을 키워왔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뛰어난 영어 구사능력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인도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미국 직장인들이 꼽은 ‘베스트 CEO’에 선정됐다고 한다. 1992년 MS에 합류한 후 회사의 클라우드 역량을 키워온 그는 인도인 특유의 친화력과 차분함으로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워크를 중시하고 20년 넘게 한우물만 파온 인도인들의 저력이 미국식 경영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식 경영방식이 창의력을 키우는 새로운 경영이론으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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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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