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제1야당 손잡고 소수야당과 대치는 이례적… ‘범여권 공조’ 균열

청년정당 우리미래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의 예산야합을 규탄하는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 8일 2019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이례적인 대치 구조가 형성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손잡고 나머지 소수 야당들을 제친 상태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개 소수 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없이는 예산안을 처리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과거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과 제1야당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던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동시에 겨냥해 “‘더불어한국당’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양대 기득권 정당끼리 일시적 대연정을 시도한 셈”이란 얘기도 나왔다.
일시적 구도 재편은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범여권 공조’에 균열이 생기게 하는 등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제도를 둘러싸고 각 당의 이해가 엇갈리는데다 여당 지지율도 점차 하락하고 있어서 범여권 대 범보수야당이란 기존의 대치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는 8일 새벽 4시27분쯤 본회의에서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9,265억원 순삭감한 469조5,752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새해 예산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선거 제도 개혁을 배제한 예산안 처리 합의에 반발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각 원내대표의 반대 토론에만 나서고 표결에는 전원 불참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는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정기국회 기간에 이뤄져 내년도 예산 집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첫째 국민의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주는 예산안을 소수 야당을 배제한 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둘째, 국회 선진화법이 2014년 도입된 이후 예산안을 최장 지각 처리하는 오명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예산안이 법정 시한(12월2일)을 나흘 넘겨 처리됐는데, 이번에 엿새 넘겨 통과됐다. 또 예산 심사가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진행된데다, 막판에는 여야 간사들의 밀실 협상을 통해 예산안 조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 위원장·간사 등 실세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개발을 위한 ‘쪽지 예산’을 수십억원 내지 수백억원씩 챙기는 일이 벌어졌다. 또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지난해보다 1.8% 올리는 안도 통과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8일 이번 예산안 처리에 대해 “어떻게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세력이 촛불 혁명으로 망한 당과 예산 야합을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9일 민주당 등을 겨냥해 “기득권 연대를 하자고 2년 전 탄핵을 하고 촛불을 들었느냐”고 비난했다.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는 10일 5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과 신촌 등을 찾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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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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