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 데 자네이루 다운타운의 브라질 문화센터 빌딩에서 엘리베이터 기사가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다. 리우에서는 1991년 모든 고층빌딩 엘리베이터에 안내원을 두도록 규정했다.

건물 1층에서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내원. [Maria Magdalena Arrellaga - 뉴욕타임스]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엘리베이터 안내원들에게 더 이상 환상 같은 것은 없다: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가까워오고 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21세기 들어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하고 있는 안내원이 여전히 수천명에 달한다. 맹렬하게 밀고 들어오는 자동화의 기세 앞에서 이들이 바라는 것은 소박하다. 일자리가 최소한 앞으로 몇 년 동안만이라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생전 지루할 틈이 없다”고 리우 데 자네이루 다운타운 23층 빌딩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높은 의자에 앉아 승객들을 태우고 오르내리는 한 여자 안내원은 말한다.
“항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교제를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게 많아요. 그러는 사이에 어떤 친밀감이 생기지요.”
지난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던 리우 데 자네이루는 멋진 해변들과 언덕 기슭에 꽉 들어찬 슬럼가로 제일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수도는 아니지만 브라질의 주요 상업 중심지인 이 도시의 다운타운에는 고층 빌딩들과 대기업 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1991년 주법은 5층 이상 높이의 상업용 빌딩에 대해 엘리베이터 안내원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했다. 그 결과 이 도시에는 여전히 4,000명 가량의 안내원이 노조를 구성하며 남아있다. 리우 데 자네이루의 다운타운에 가서 이 빌딩 저 빌딩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내원들의 인사를 받고 또 받게 된다. 때로는 말끔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안내원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잠깐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듯한 느낌에 쾌적하면서도 어리둥절한 기분에 빠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층 간 탑승은 짧은 교제의 기회가 된다. 인공지능과 터치스크린이 들어와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모두 없애버리기 (아울러 그 직업들까지) 전까지, 수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고 있을 때나 은행에서,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언제나 일어나던 그런 가벼운 대화들이다.
전화 교환원이 있던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엘리베이터 안내원이라는 직업은 무인 자동차 시대가 밝아오는 이때까지도 리우에서 살아남았다가, 이제 마침내 사라지게 되는 운명을 맞은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안내원이라는 직업이 법으로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년 많은 이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 도시에 특히 가혹하게 닥친 경기 침체기 동안 빌딩 매니저들이 경비 절감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는 올해 필시 치명적 강풍이 될 사건이 닥쳤다. 법원이 1991년 법 폐기를 결정했다. 승강기 안내원 배치 의무화 규정이 빌딩 소유주들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주 정부 변호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한때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싸웠던 안내원 노조는 이제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의 싸움은 임금 인상이 아닙니다. 단순히 안내원들을 엘리베이터 안에 계속 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노조 측은 말한다.
리우 데 자네이루 다운타운의 중심 도로인 프레지던트 바르가스 애비뉴의 한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책임지는 마누엘 페르난데스 도 프라도는 77살이다. 은퇴 연령을 한참 넘긴 나이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 직업은? “너무나도 좋다!”고 그는 말한다.
페르디난데스가 이 직업에 종사한 지는 40년이 넘는다. 하루에 여러 빌딩들로 옮겨 가 근무교대를 하면서 계속 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의 오랜 단골들이 나이가 들면서 이들의 삶을 추적해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예측 가능한 시간에 같은 사람들을 매일 보다 보면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오면 그들이 활기 넘칠 때, 뭔가 기분이 상했을 때, 일이 틀어졌을 때를 그는 바로 알아차린다.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일할 때의 삶이 좋다”고 페르디단데스는 말한다. 그러면서 마침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승객에게 그는 묻는다.
“내가 슬퍼 보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요?”
한 엘리베이터 안내원은 이 직업이 사실은 그렇게 쓸모없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도시의 많은 엘리베이터들은 수십 년 된 것들이어서 그 모델들은 더 이상 팔지를 않는다.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면 부품들을 살 수 없어 주문제작을 해야 한다.
이런 고물 엘리베이터들을 작동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낡은 기계들이 삐걱거리거나, 끽끽 거리거나 하면서 내는 온갖 소리들을 듣고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장이 나면 믿을 만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고장은 물론 잦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겁에 질려서는 안 되는 단 한사람은 안내원이지요.”
이런 현상과 관련해서는 사웅 파울로에 있는 사웅 카를로스 연방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자콥 카를로스 리마 교수가 할 말이 있다. 그는 브라질 경제의 여러 부문을 연구해왔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일부 공장 일자리들이 없어진 반면, 사회 기간시설이 열악한 덕분에 살아남은 직업들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불완전한 기간시설로 인해 브라질의 자동화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구름다리 위가 교통체증으로 옴짝달싹 못한다면 무인 자동차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엘리베이터 안내원 일자리가 완전히 좋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한 여자 안내원은 창문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여러 시간씩 갇혀 있느라 몸매를 망쳤다고 말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날씬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를 보세요. 나이가 들고 체격이 풍만해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은퇴할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최소한 7년은 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이 직업은 막을 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50을 넘으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요.”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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