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한 프랑스 대표팀 끌어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AP=연합뉴스]
프랑스가 20년 만에 또다시 월드컵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프랑스가 말 그대로 축구로 하나가 되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19·파리생제르맹), 폴 포그바(25·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 아프리카계 20대 흑인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대표팀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부각된 가운데, 여러 차례의 테러와 고질적인 이민자·난민 문제, 실업 등의 난제를 잠시 뒤로 하고 프랑스가 인종·계층을 뛰어넘어 국가적인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표팀의 위업은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대혁명 기념일(14일) 하루 뒤에 찾아온 기쁜 소식이었다.
왕정으로 대표되는 구체제를 일소하고 공화정을 세우면서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을 전 세계에 전파한 프랑스 대혁명을 기념한 지 하루 만에 프랑스인들은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 소식에 도취했다.
2015년 1월 이후 여러 차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겪고, 10%에 가까운 실업률로 만성적인 취업난 속에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프랑스 사회에서 젊고 자유롭고 문화적 다양성으로 무장한 대표팀이 월드컵을 제패한 것은 큰 활력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전체 선수 23명 중 3분의 2가량인 15명이 아랍계와 아프리카계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프랑스에서 새로운 성공신화가 쓰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회학자인 리옹2대학의 프레데리크 라젤 교수와 푸아티에 대학의 스테판 보드 교수는 일간 르몽드에 투고한 공동기고문에서 "최근 몇 년간 시련을 겪어온 프랑스에서 월드컵 대표팀이 국가를 더욱 공고히 단결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번 승리에 "과거의 두려움과의 결별,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라는 집단적 치유의 힘이 있다"면서 "승리가 방리우(banlieu·대도시 변두리의 저소득층 이민자 집단 거주지)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해소하지는 못할지라도 프랑스에 순수한 국민적인 기쁨을 안겨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월드컵 우승컵의 위력은 추락하던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시킬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
1998년 프랑스가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월드컵 우승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시라크는 자국팀의 결승 승리 후 대표팀을 엘리제 궁에 초청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주재하는 등의 행보로 지지율이 18%나 급등했다.
1998년 프랑스 대표팀 역시 현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지네딘 지단 등 유색인종 선수들이 대활약을 펼쳐 '블랙·블랑·뵈르'(흑인·백인·마그레브인)라는 별칭을 얻었다.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의 색깔 '블뢰·블랑·루즈'(청·백·적)를 본떠 프랑스 대표팀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에 찬사를 보낸 별명이었다.
시라크는 당시 영웅 지네딘 지단과 힘찬 포옹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우파 정치인임에도 '관용과 포용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창출했고, 잇따른 부패 스캔들의 여파를 훌훌 털어냈다.
시라크의 재선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프랑스 대표팀이 러시아로 출정을 가기에 앞서 마크롱은 대표팀의 훈련장을 방문해 조국을 위해 헌신해달라고 당부했고, 16강전은 엘리제 궁에 청소년들을 초청해 함께 관람했다.
나아가 그는 프랑스 대표팀이 잇따라 강호를 격파하며 승승장구하자 준결승과 결승전은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응원하면서 현장에서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다.
국정 지지율이 30% 후반대에서 40% 선까지 떨어지며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도를 기록 중인 마크롱에게 이번 월드컵 우승도 당분간은 상당한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업 오독사는 이번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이 마크롱에게 단기적으로 5~10%가량의 지지율 향상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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